조정미 대전대 교수
조정미 대전대 교수
지난해 일이다. 출장을 마치고 귀가하는 참인데, 예매해둔 기차 시간보다 좀 일찍 서울역에 도착하게 됐다. 조금 이른 시간대의 표로 바꾸기 위해 매표소로 갔다. 물론 모바일로 예매해 뒀지만 매표소가 바로 눈앞에 있었고, 그다지 대기 줄도 길지 않아 보여서 였다. 그런데 예상외의 장면과 부딪치게 됐다. 창구에서 직접 표를 사는 사람들은 거의 외국인이거나, 노인뿐이고, 직원은 영어로 응대하고 있었다. 일종의 문화충격이었다. 이제 대부분의 여행객은 스마트폰 앱이나 인터넷으로 기차표를 구매하고, 우리말에 서툰 외국인이나 온라인 방식이 생소한 노인들만 역에 나와 직접 구매를 하는 듯하다. 올해 추석 명절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서울역 광장에 임시 부스를 설치하고, 수 많은 인파가 명절 귀향길 기차표를 사느라 새벽부터 줄 서던 일은 중·장년층의 추억거리가 된 모양이다.

최근에 또 한번 놀랄 일이 있었다. `1초 만에 끝난 온라인 특판 예금, 60대 가입자 0.1%뿐`이라는 한 중앙지 경제면의 타이틀 때문이다.

한 은행에서 금리 5%짜리 정기예금을 디지털 금융 즉, 온라인으로 판매했는데 1초 만에 완판 됐다는 것이다. 60대 가입자는 0.1%에 지나지 않는 반면 20, 30대 가입자 수는 89.6%였다. 은퇴 후 저소득으로 생활하는 노인들은 다만 얼마라도 더 높은 이자를 주는 고금리 예금을 찾아야 하는데, 인터넷 뱅킹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인력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시중 은행들은 점포와 ATM기를 줄이고 있다. 이런 형편이라서 평생 대면 서비스만 이용하던 노인들은 모바일 뱅킹에만 적용되는 금리와 수수료의 혜택도 못 받고, 보이스 피싱의 사기에 걸려들기도 쉽다.

위의 두 사례를 살펴보면 앞으로 급속하게 진행되는 정보화 사회에서 가장 소외 받는 계층은 노인이 될 것이다.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장, 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3.1%로, 저소득층이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보다도 훨씬 낮다.

우리나라는 이미 정보화의 선진국으로, 미래를 대비해 사회 여러 분야의 재조직에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발전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부와 성공으로 직결되고, 중요한 정보를 독점하는 계층이나 기업은 사회적으로 우위에 서게 되며,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외당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디지털 디바이드라고 한다. 디지털 디바이드는 개인 뿐 만 아니라 지역, 기업, 국가 간에도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확장돼야 한다.

노년 세대들은 다음 세대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여겼던 정보화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온 것에 위기감과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정보 능력이 부와 성공으로 직결된다는 피상적인 얘기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민센터에 민원을 제기하고, 노인 일자리를 찾고, 여가활동을 위해서 시민대학의 강좌를 검색, 신청하는 등의 일이 모두 온라인으로 가능한 것인데, 직접 방문해야 한다면 귀찮아서라도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노인들이 디지털에 약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일 수 있다. 은퇴 전에는 세상의 일선에서 중요 임무를 수행하던 분들이 아닌가! 그 능력을 다시 발휘할 교육이 조금 필요한 것 뿐이다. 젊은 학생들의 자원봉사를 받아 노인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덤으로 세대 간 소통의 대화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디지털의 창으로 세상사에 참여하는 것은 사실 젊은 세대보다는 이동이 쉽지 않은 노인 계층에게 더욱 편리한 기능이다. 요즘은 여러 공공기관에서 어르신 정보화 강좌를 다양하게 개설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노인복지의 방향도 이전에는 의식주 문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정보화 사회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조정미 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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