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에듀캣] 좋은 직장은 어떤 사람을 원하는가

2019-10-20기사 편집 2019-10-20 14:55:54

대전일보 > 사회 > 에듀캣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호기심 많은 인재 선호…자기주도 공부습관 길러야

고등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그럼 왜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쓸까? 결국은 좋은 직장이 목표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 좋은 직장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희망에 오늘도 학생들은 공부에 전념한다.

학생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 하는 직장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대체로 근무환경이 좋고 연봉이 높다. 좋은 근무 환경을 가진 기업은 출퇴근이 자유롭고, 야근이 없으며,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진다. 학생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말하겠지만 실상은 일과 무관한 개인적인 삶에 무게추가 더 있다.

과학고 학생들에게 왜 과학자가 되고 싶냐고 물은 적이 있다. 저녁이 있는 여유로운 삶을 위해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대답을 들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 그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편안한 직장 생활을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좋은 대학이 평안한 직장으로 이어질 거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믿음은 신기루로 보인다.

좋은 직장이 좋은 근무여건을 내걸고 사람들을 모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좋은 근무 환경에서 발현되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근무 환경은 더 뛰어난 업무 성과를 위한 조건일 뿐이다. 학생들이 기대하는 여유로운 직장생활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죽어라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 나중에 직장인으로서 창의적인 업무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평소 여유가 생겼을 때 스스로의 호기심을 좇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호기심을 해결하는 사람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더 뛰어난 업무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 좋은 근무여건을 가진 직장은 이런 인재의 몫이다. 설렁 설렁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돌아갈 자리는 결코 없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편안하게 일하고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신기루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나를 움직이는 호기심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남들은 하기 싫어 하지만 나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여유시간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남들의 눈에는 쓸데없이 고생한다고 비춰지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나의 호기심은 무엇보다 고귀하다. 아울러 그렇게 사는 삶이 즐겁고 행복하다. 이것이 자아실현이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요시노도 비슷한 맥락의 말을 했다. "쓸데없는 일을 잔뜩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 무엇에 쓸 수 있는지와는 별도로, 자신의 호기심을 근거로 새로운 현상을 열심히 찾아내는 게 필요하다", "연구는 마라톤과 닮아서 힘들어도 열심히 해서 그걸 뛰어 넘으면 편하게 되는 '러너즈 하이(runner's high)가 온다. 연구도 어딘가 골(결승점)이 있고 거기에 보물이 있다. 스스로 명확한 골을 확신할 수 있으면 어려움을 뛰어넘어 연구가 즐거워진다"

호기심을 따라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현대 사회는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학창 시절에 배운 지식만으로는 변하는 사회를 따라갈 수 없다. 누군가가 잘 가르쳐주는 지식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데만 전념하다 보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기를 수 없다. 호기심을 따라 스스로 공부하고 탐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여러분들이 그러한 인재가 된다면 기업들은 좋은 근무여건, 높은 연봉을 보장하면서라도 여러분들을 모셔가려고 할 것이다.

기업의 부품이 돼 시키는 일들을 억지로 하면서 직장생활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싶을 것이다. 이런 직장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하게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괴롭게만 느끼고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면 잠자거나 게임하고, 놀기만 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 호기심을 따라 열정을 쏟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은 호기심도, 질문도 없다. 그런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서 공부에만 전념하게 만드는 학부모들을 보면 가슴이 무너진다. 김종헌 대전과학고등학교 교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