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 논산 내동초 교사
임지연 논산 내동초 교사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교사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돌이켜 보면 교과교육, 상담, 행사 진행, 업무, 평가 등 별의별 일을 다 겪으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 모든 교사들의 동일한 일임에도 신규교사 3년차는 더 고된 시간을 보내온 것 마냥 앓는 소리를 해본다. 바쁜 와중에도 그 속에는 희로애락이 다 있었으니 보람 있는 삶을 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반면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 교직을 그만두고 싶은 충동이 문득문득 든다.

그간 학생들을 위해 나름 애써왔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 프로젝트를 함께 해봤다. UCC를 만들어 공모전에 냈고, 학급 헌법을 만들어 대회에 제출했다. 또한 학습발표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학생들의 방과 후 시 간을 활용해 폼나는 그림자 연극을 만들었고 합창을 연습해 감동적인 멜로디를 학부모들에게 선사하기도 했다. 그 결과 부족한 실력에 비해 좋은 결과를 얻어 많은 칭찬과 부상을 얻을 수 있었다.

스스로의 공로에 도취돼 있던 나는 어느 날 문득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과연 행복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 질문을 던진 것은 그 당시 무수한 상황들이 얽혀 있는 복합체였지만 그 중심엔 `학교폭력`이 자리잡고 있었다.

"To bring the fresh meat to the students who don`t like meat, to give the fresh grass to the students who don`t like grass."

위 영문글귀는 한 영어연수에서 만났던 한 교사가 마지막 소감 발표 중 내 마음을 울렸던 글귀다. 저 글의 바탕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 `사랑에 빠진 사자와 암소` 이야기다. 사자와 암소는 정말 달랐지만 어쨌든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됐다. 둘은 서로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나눈다. 사자는 암소에게 아주 품질 좋은 고기를, 암소는 사자에게 아주 싱싱한 풀을 준 것이다. 결국 둘은 서로에게 상처받고 서로를 떠나간다는 것이 글의 골자다.

나도 아이들을 사랑해 훌륭하게 키워내 보겠다고 나만의 열정에 빠져 추억이 될 만한 것을 아이들에게 잔뜩 들이부어 소화시키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는 어쩌면 나의 닦달에 상처받았을 아이, 별로 내키지 않아 반항했지만 묵살돼 실망했을 아이, 사실은 부모나 학원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만 중요한 문제는 꺼내보지도 못한 채 끌려 다니는 아이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올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문제가 발생해 나의 교육 열기를 잠재워 버렸다.

이런 일련의 시간들을 겪고 나니 과연 내가 아이들에게 줬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었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 이를 통해 어떤 아이에게는 고기를, 어떤 아이에게는 풀을 먹였어야 했는데 나는 내가 주는 것이 최상이라는 착각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 여전히 나는 기술적, 인격적으로 흠이 많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내 열정을 고집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 하루 한 아이와 나와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이 아이의 고민이 내 고민이 되고 기도가 돼 같이 호흡하며 같이 성장하려 노력한다. 임지연 논산 내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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