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먹는 물과 세종의 아파트에서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면서 라돈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라돈 침대의 불안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소파, 속옷, 가전제품 등 생활용품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나와 불안이 컸었는데 또다시 먹는 물과 아파트에서 라돈이 검출돼 충격을 안겨준다. 호흡기를 통해 폐암을 유발하는 1군 발암물질인 라돈이 우리 생활 곳곳에 널리 분포돼 있는 건 예사롭지가 않다.

대전의 약수터와 민방위 비상급수시설에서도 라돈이 기준치를 초과 검출됐다고 한다. 약수터는 41곳 중 8곳에서, 비상급수시설은 99곳 중 31곳에서 기준치를 넘어선 모양이다. 서구와 유성, 대덕 지역에서 기준치가 넘게 나온 것은 이 일대 암반층·지층의 영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라돈은 우라늄의 붕괴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이란 점에서 대전이 우라늄 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과도 연관성이 있다 할 것이다. 라돈은 우라늄보다 입자가 적어 정수시설(역삼투막 방식) 외 라돈 저감시설을 별도 설치해야 수치를 떨어뜨릴 수 있어 관리가 힘들다.

신규 아파트 단지가 대규모로 들어서는 세종 아파트 곳곳에서도 기준을 넘은 라돈이 검출돼 주민 불안이 큰 건 매한가지다. 아파트 내벽과 욕실, 주방 등에 쓰인 마감재에서 라돈이 검출됐는데 신규 아파트 단지 60곳 중 라돈이 초과 검출된 석재를 마감재로 사용한 곳이 모두 22곳에 이른다. 새 아파트 3곳 중 한 곳이 라돈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어떤 곳은 기준치인 148bq/㎡의 4배가 넘는 566bq/㎡까지 검출된 곳이 있어 경악을 금치 못한다.

문제는 건축자재에는 아예 라돈 기준이 없다는 데 있다. 법이 정한 실내 공기질 기존도 권고 사항뿐이란 점에서 기준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라돈 공포가 생활에까지 번지고 있는데도 정부나 지자체가 현실적 대책을 내놓지 못한 건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금부터라도 라돈 안전지대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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