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조용한 도서관에 주민들이 책을 찾거나 읽고 있다. 그러다 학생들이 들어와 수업에 필요한 참고 서적을 찾고 정보검색코너에서는 수업자료를 만든다. 이용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소곤대다가 유리로 된 회의실에서 찾아온 자료를 가지고 역사 수업을 진행한다. 가끔 마을에 사는 은퇴한 전문가가 와서 보조 교사로 학생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반면 학교가 끝난 시간에는 교실에 주민들이 모여 자격증 시험 공부를 한다. 음악실에서는 악기를 배워 동네 연주회 준비를 하고 미술실에서는 주민 동호회에서 도자기를 굽거나 수채화를 그리고 기술실에서는 간단한 목공을 배워 필요한 소품을 만들어본다. 다목적실에서는 건강을 위한 댄스 아카데미가 열리고 마을 행사의 중요한 이벤트가 된다.
#3. 한적한 노인회관에 어르신들이 앉아 창문 밖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노인회관과 학교는 한 울타리 안에 있어 출입구가 같다. 혹시 수상한 낯선 이가 그 길에 보이면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학교에 알리기도 한다. 또 자원봉사자가 되어 보조원으로서 수업에 참여하거나 학교를 순찰하며 관찰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학교에 쓰이지 않는 후미진 공간의 화단을 임대해서 꽃나무를 가꾸기도 한다. 잘 보이지 않아 위험하고 관리가 되지 않던 곳이 자연스럽게 학생들과 노인들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위의 장면들은 아쉽게도 국내의 학교가 아니라 일본 우수학교의 모습이다.
#1은 열린 학급으로 교실 하나하나가 교사가 독점하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 관계를 맺으며 교사, 학생 모두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수업시간에 이용되지 않던 복도 및 홀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하여 다양한 수업 행위가 가능해진다.
#2는 커뮤니티 스쿨의 모습으로 학생은 도서관, 수영장, 헬스장 등 양질의 시설을 이용하고 주민들은 학교 내에 마련된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공간의 공유를 통해 평생교육의 장이 열리고 학생과 주민들 모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3은 학교 복합화가 좀 더 발전된 형태로 양로원이나 유아원 등의 공공시설이 학교 내부에 함께 계획되어 실질적인 지역의 거점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아이 하나하나를 온 마을이 힘을 합쳐 키우는 것으로 공동체가 다시 깨어날 수 있는 촉매가 되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학교의 풍경도 느리기는 하지만 서서히 이런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당연히 일회성 사업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학교와 지역이 협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나갈 때 우리 학교의 모습은 지금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좋은 학교의 모습은 과연 어떤 걸까? 하나의 정답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학교는 단순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 및 구성원, 그리고 지향하는 목표에 따라 변화하는 유기체들이 모인 교육환경 생태계가 되어야 한다. 공간과 사람이 모두 깨어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오형석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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