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다음 달부터 오페라마 토크콘서트 상설 공연 콘텐츠가 서양 작곡가 소개에서 한국가곡 소개로 교체된다고 들었다. 오페라마를 한국가곡으로 진행하는 이유와 어떤 구성으로 진행이 되는지 궁금하다.

A.

오페라마는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장르다. 한국가곡 콘텐츠를 진행하는 것은 어쩌면 오페라마가 당연히 진행해야 하는 것이라 사료된다. 오페라마 토크콘서트 <정신나간 작곡가와 Kiss하다>는 지루하고 어렵다고 인식되는 클래식을 흥미롭게 소개하기 위해 기획됐기 때문에 비교적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오페라와 서양 작곡가의 가곡의 비중이 높다. 한국가곡을 오페라마로 진행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의 명분을 가진다. 공연에서 반드시 함의해야하는 우리나라의 `역사성`과 보다 세분화된 `연령별 콘텐츠 제작`이다.

삼국시대 700여 년, 고려 시대 474년, 조선 시대 519년 약 1,70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국토는 주변 국가에서 끊임없는 침략을 받았다.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우리의 조상은 명철한 지혜로 나라를 지켰으며, 일제강점기에서도 희생과 애국심으로 광복을 이뤄냈다. 또한 이런 혼돈과 상처의 시간 속에서 삼천리금수강산이라 불리는 자연의 아름다움도 지켜냈다. 놀라운 것은 한반도가 가지는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외세의 교두보가 되는 상황이 빈번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를 단 한 번도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아픔을 받았다고 남에게 복수하거나 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영웅(英雄)`이라 칭해도 무방하다. 필자는 이 부분을 시발점 삼아 한국가곡을 오페라마로 이어가려 한다.

`한국가곡 전상서`는 먼저 우리 `국토(國土)`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우리는 반만년 역사의 밑거름이 되어준 대한민국의 자연 즉, 숱한 전쟁과 분쟁으로 상처로 얼룩진 국토를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나라를 지킨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의 `한(恨)`을 토로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나보다는 자식을 위해, 가정을 위해 그리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그 한을 잊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부모님 세대의 `애환(哀歡)`이다.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빠른 성장 사례는 전무후무하다. 남과 북이 나눠진 분단의 상황에서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철강 등을 넘어서 한류 문화 콘텐츠로도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가 되었다. 그 초석을 다진 세대의 애환에 대해 얘기한다.

오페라마 토크콘서트는 예술경영학에 입각해 연령별로 세분화시켜 콘텐츠를 제작했다. 10대 미만에서 20대를 위한 <진로콘서트 `골든 보이스`>, 20대 미만에서 50대에 호응을 받고 있는 <정신나간 작곡가와 Kiss하다>, 50대 미만부터 80대 이상을 위로하는 <한국가곡 전상서>다. 각각의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철학은 명확하다. 고전이 우리에게 남긴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발전시켜 다음 세대에 전달하자는 `실천의 가치`다.

최근 한 유명 작곡가가 일제강점기에 친일 작곡가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작품 자체를 거부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한 행사에서 친일 작곡가의 가곡을 선곡했다고 주최 측이 사과한 사건도 있었다. 또한 필자도 성악가로 활동하면서 어떤 정권에서 노래하면 다른 정권에서는 배제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무대에 올라가는데 예술과 정치는 실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만, 무대 위에서는 전혀 다른 예술적 세계관이 펼쳐진다. 즉, 당시 상황의 어떠한 이념으로 작곡되었다 하더라도 오페라마 한국가곡 콘텐츠는 앞서 언급한 대한민국의 <국토(상처를 지닌 자연)>, <국민(한으로 지켜온 조상)>, <부모님(애환의 영웅)>을 향한 대의를 바라보고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작곡가와 작품에 대한 어떤 정치적 견해를 초월하여 진행될 것이다.

부모님 `전(前)` `상서(上書)`는 `부모님 앞에 올리는 글`이라는 뜻이다. 필자는 대중문화 홍수 시대 속에서 `부모님 세대가 즐길만한 콘텐츠를 언젠가는 제작해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내내 가지며 살았다. 하지만 이것은 필자의 오판이었다. 부모님께 선물해 드리는 것이 아니라 바쳐야 하는 것이다. <바리톤 정 경의 한국가곡 전상서>를 이 땅의 모든 영웅, 우리 부모님께 겸허하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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