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정규직`이라는 웃픈 말이 있다. 사전에 따르면 정규직은 일반해고가 불가능한 전일제 근로자를 뜻한다. 정규직의 반대는 비정규직. 노동 방식, 노동 시간, 고용의 지속성 등에서 정규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를 비정규직이라 부른다. 단 한글자 차이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른다. 비정규직에게는 죽음의 골짜기라 여겨질 만큼 깊고 멀리 흐르는 강이다. 동일 장소에서 동일 노동을 해도 정규직 임금이 비정규직의 곱절이 되는 사례는 이제 상식이 됐다. 정규직은 몇 달치 급여에 맞먹는 성과급을 받아도 비정규직에게는 그림의 떡. 정규직은 연말 고급 뷔페를 빌려 송년회를 하지만 비정규직은 음료수 한 잔도 없다.

비정규직 만연이 국가 경쟁력은 물론 사회의 지속가능성까지 위축시키자 정부는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줄여 나가겠다며 몇 해 전부터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 집행의 효과로 일부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은 곳이 있다. `민간위탁` 영역이다.

최근 천안시가 천안시의회에 제출한 시정질문 답변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천안시의 민간위탁 규모는 총 88개 사무에 1268명으로 집계됐다. 직원 수는 정규직 69%(871명), 비정규직 31%(397명)였다. 민간위탁 기관에 따라 정규직 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거나 비정규직 일색인 곳들도 있다. 천안시일자리종합지원센터의 위탁기관은 직원 5명 모두가 비정규직이다. 어린이급식관리센터 위탁기관과 천안시주거복지종합센터 위탁기관도 각각 21명, 2명 직원 전체가 비정규직이었다.

천안시자살예방센터 위탁기관은 직원 6명 중 비정규직이 5명, 정규직은 1명 뿐이었다. 천안시학교급식지원센터 대행운영 기관도 총 직원 29명 중 비정규직(19명)이 정규직(10명) 보다 많았다. 천안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비정규직이 22명으로 정규직(7명) 보다 3배 이상 많았다.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 노력이 무색하게 어느덧 민간위탁이 비정규직 양산의 온상이 돼가고 있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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