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장기 전체의 70-80%가 파괴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에 갑자기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으면 이미 심각한 상태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간의 무게는 약 1200-1500g 정도로 우리 몸속 장기 중 가장 크다.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체외에서 유입되거나 체내에서 생성된 호르몬 등의 각종 물질들을 가공·처리하고 중요 물질을 합성·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면역 기관과 술을 포함한 독성 물질을 해독하는 역할도 한다.

간질환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는 피로감, 전신쇠약, 식욕저하, 메스꺼움, 구역질, 소화불량, 복부불편감 등이 나타난다.

급하게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간 기능 저하 증상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음식을 많이 먹거나 급하게 섭취하지 않았는데 체한 것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간 기능 저하를 의심해 봐야 한다. 눈이 피로하고 시력 저하, 팔다리가 저린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대부분 증상이 눈에 띄지 않아 음주량이 많거나 복부비만이 심하다고 생각되면 혈액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간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피로는 간질환에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다. 급성 간염의 경우 심한 피로감이 비교적 빨리 느껴진다. 만성 간질환의 주범은 바이러스와 술이 꼽힌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발병 요인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다. 바이러스성 간염에 의한 간경화와 간암은 60-70대에 많이 나타난다.

건강한 간을 위해서는 일단 술을 멀리 하는 게 좋다. 과음으로 간이 손상되는 경우 처음에는 지방간이 생기게 된다. 이후에도 과음을 계속하면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오래가면 음주를 중단하더라도 원래의 간으로 회복될 수 없다. 간수치는 현재 간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정상 범위 이상으로 높을 경우 반드시 원인을 밝혀야 한다. 반대로 간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안심하는 것도 금물이다.

간이 나쁘더라도 간수치가 정상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간에 어느 정도의 지방이 있는 것은 정상이다. 하지만 지방이 간 중량의 5-10% 이상을 차지할 경우 지방간으로 진단한다.

지방간은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으로 나뉘는데,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영양섭취 과다로 인한 질환이다. 지나친 칼로리 섭취는 간 내 지방 축적을 일으킨다.

간이 정상적으로 지방을 처리하고 분해하는 일을 하지 못했을 때 많은 지방이 쌓인다. 간을 보호하기 위해선 술을 끊거나 절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간 질환자가 술을 끊으면 간경변증의 발생률과 합병증, 간암 발생률도 낮아질 수 있다. 또 어떤 약이든 함부로 먹지 말아야 한다.

간단한 진통제도 오랜 기간 먹으면 해독을 책임지는 간이 견뎌내지 못하고 독성 간염을 일으킬 수 있다.

도영석 을지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지방이 많은 음식이나 과식은 지방간을 초래할 수 있어 야채나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과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어야 한다"며 "과로를 할 경우 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휴식과 운동을 병행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김용언 기자

도움말=도영석 을지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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