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낙운 전 충남도의원
전낙운 전 충남도의원
시민들과 동고동락하기 위해 이런 저런 모임자리나 행사장을 찾아 다니다 보면 "지방자치를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관선시대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직선제를 시행 한지 성년이 됐는데도 어떤 연유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지방자치 25년의 외양은 화려하지만 그 속살은 여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있다.

민초들은 먹고 사는 일이 급한데 갈수록 어려워지는 세상살이에 하소연 할 곳도 들어줄 사람도 없고 관은 지 맘대로 끼리끼리 나누어먹을 줄이나 알지 따뜻한 행정은 못한다는 불평이다. 자살이 줄지 않는 것 자체가 사회구조적 병리현상의 표출 아니겠나 싶다.

지방정부가 된다 해도 더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믿기지 않는 대목이다.

지방자치를 한답시고 축제와 공연, 흥행성 잔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방분권이 실속은 없으면서 생색낼 일이나 돈 쓸 일만 찾을 것이고 일을 한답시고 철밥통과 조직만 확대될 것이라 우려한다. 그러나 돈 많이 쓰고 공무원 늘린다고 성공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왜 그런지 몇 몇 사례를 살펴보자.

최근 가맹점을 모집하고 있는 논산사랑 지역화폐. 소상공인들이 크게 환영하고 반겨할 일 같지만 지역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에 무색하게 반응이 뜨악하다. "그거 잘 되겠어요!"라는 생각이 앞을 막아서니 시큰둥할 밖에 없다.

연간 400만원 한도에서 월 40만원을 5-10%씩(5%는 평소 구매에 적용하고, 10%는 발행기념 내지는 명절에 적용)할인된 가격으로 38만원 혹은 36만원에 구매하여 40만원의 효과를 볼 수 있어 활성화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사채업자라면 모르겠지만 속단한 것이다.

지역화폐를 믿고 슈퍼나 음식점 미용실 학원 병·의원 약국 등에 가보자. 결재를 하려고 꺼냈더니 "우리 가게는 취급하지 않는데요." 이런 황당함과 불편함으로 소비자는 구매를 미루고 있다. 사실 어디서 구매하는지조차도 잘 모른다.

`인구 12만 도시에는 서구 선진국처럼 2-3개의 지역방송국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말이 방송국이지 인터넷 언론 두셋이 모이면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방송국이 없으면 인터넷 언론도 있고 유튜브도 있고 종이신문도 있지 않은가? 친절하게 소개된 안내서를 배포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시민 대부분은 거리의 현수박으로 지역화폐 정책을 소개받고 그 수준에서 인지한다.

그러고도 "시민이 주인입니다.시민이 시장입니다."라고 천연덕스럽게 말을 한다. 시민은 자신들을 우롱하는 말이라고 냉소한다. 한편 지방언론이 중앙언론에 종속되다 보니 조국으로 시작된 하루가 조국으로 진다. 지방은 없고 이미 죽었다.

또 하나. "밥이 하늘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더 들어 가보자. 논산에 화지시장이 있듯이 세계 어느 도시든 재래시장이 있다. 이런 재래시장이야말로 서민경제의 축소판이라 생각하여 명맥을 살려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논산시는 2년 전 4억여 원을 투자한 화지시장 `옛살비`가 고사 위기에 처하자 최근 5000만 원을 들여 고객몰이 행사를 재개했다. 매주 금·토요일 이틀간 야간에 반짝 영업을 한다. 생계에 도움이 되겠나. 이 또한 돈만큼 하다가 끝날 것이다.

복개 하천을 걷어내고 친수공간을 제공함은 물론 지속발전이 가능한 구도심을 만들겠다고 착공한 중교천 공사가 중단되면서 공사장 주변 시장골목은 4년째 시름이 깊게 드리워졌다.

공개행정보다는 밀실행정을 좋아하고 관치행정에 익숙한 우리 행태는 시장·시의장이 하는 일과 그 일이 시민에 미치는 영향은 모르면서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 청와대의 일은 잘도 꿴다. 이처럼 지방은 없고 중앙의 편 가르기 방송에 매몰된 사회야말로 중병이 아닌가? 필자는 망국병이라 생각한다.

결국 자치단체 장들이 언로와 홍보와 소통 방식에 혁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지방언론부터 살려내야 한다. 주민자치회가 구성되고 자치분권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참여예산제를 시행한다고 지방분권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지방 분권은 의미와 적용 방식이 서투르면서 여론을 호도하는 추세다. 시민이 깨쳐야 하는 이유다. 참고로 이 글은 전국의 모든 지자체 공통의 문제이지 특정 도시만의 문제가 아님을 밝혀둔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

전낙운 전 충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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