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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포럼] 미래 소재와 원자력 과학기술

2019-10-15기사 편집 2019-10-15 08: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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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정익 한국원자력연구원 미래전략연구부장
일본의 전략물자 무역제재가 국내 반도체 산업계를 흔들었다. 기업들은 소재 부품과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우리 정부와 국민의 대응 또한 다방면으로 발빠르게 진행됐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외교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기술을 패권화한 것이다.

물론 독점 기술과 상품에 대한 패권화는 항상 존재했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 지중해 연안의 인류는 파피루스에 글을 썼다. 파피루스는 나일강 유역에서 자라는 갈대로 만들었는데, 고대 이집트 왕국만이 독점 생산하고 주변국가에 수출할 수 있었다. 일찍이 기록의 소중함을 알았던 이집트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세우고 고대의 모든 지식을 모으며, 학문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현재의 터키에 위치했던 페르가몬 왕국이 도서관을 새로 만들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명성을 위협하기 시작하자, 이집트는 페르가몬에 대한 파피루스 수출을 중단해 압박했다고 한다. 이에 페르가몬은 파피루스를 대체할 것을 찾았고, 결국 양과 염소의 가죽을 이용한 양피지 기술을 개량해낸다. 이 양피지 기술은 중국에서 종이가 전래될 때까지 오랫동안 유럽의 문서와 책 시장을 독점한다.

최근 우리 정부는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이에 호응해 '소재 연구개발 종합대책'을 수립, 소재 기술개발에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실험실에서는 성공했지만 종종 상업화에 실패하는 원인 중 하나는 대량생산에 적절한 성질과 가격경쟁력을 가진 소재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인 ICT 산업분야의 첨단소재는 다양한 물질로 만들 뿐 아니라, 부품 가공이나 표면 처리 등 세밀한 공정을 필요하기에 기술개발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런 첨단 소재 개발에는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들이 큰 역할을 한다. 입자는 질량과 에너지에 따라 물질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도 있고, 물질의 성질을 바꿀 수도 있다. 그 중 중성자 빔은 보통 엑스레이라고 부르는 X선 영상장치로는 촬영하지 못하는 다양한 물질을 투과·촬영할 수 있다. 중성자를 만드는 연구용원자로는 핵분열 에너지를 전기로 만드는 원전과 달리 핵분열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이용하는 원자로다. 물질을 투과하는 중성자의 성질을 이용한 영상장치와 측정장치는 반도체 오류를 검사하거나, 연료전지 소재의 성능을 개선하고, 고분자 소재나 철강 소재의 연구개발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국제원자력기구가 인정한 연구용원자로 '하나로(HANARO)'와 중성자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양성자와 전자를 이용한 빔은 입자가속기로 만들어낸다. 입자가속기는 전자기장을 이용해 전기를 띠는 입자를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키는 장치로, 원자 단위의 구조와 운동을 관측할 수 있다. 첨단 물질의 동작 원리를 밝혀낼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에너지 소재, 초전도체와 같은 미래 첨단소재 개발 분야에 특히 유용하다. 우리나라 경주에 건설된 양성자가속기는 양성자 빔으로 소재 부품의 정밀 구조와 물질의 특성을 분석할 수 있고, 이온빔을 만들어 반도체 도핑·전력반도체 효율 향상·금속 표면 개질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전자가속기는 탄소섬유 강화 복합소재·리튬 이차전지·나노 셀룰로오스 제조를 위한 전자선 조사에 이용할 수 있다.

어려움은 또 하나의 기회다. 기업의 입장에서 안정된 공급선에서 받아오던 원료와 부품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모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술적 측면에서는 주류기술이 독점하던 시장이 해체되면서 더 나은 기술이 개발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술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새로운 기술 개발에는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첨단기술을 이용해 이전보다 더 나은 품질과 성능을 가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더 큰 미래 시장을 바라볼 수 있다. 이집트의 파피루스 수출 통제 위기에 양피지 개발로 대응한 페르가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익 한국원자력연구원 미래전략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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