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이론은 미래가격에 대해 합리적으로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가격의 변동에 대응해 수요량은 대체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말할 수 있으나 공급량은 반응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균형가격은 이러한 시간차로 말미암아 다소간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가능하게 된다. 즉, 공급자가 현재의 가격을 보고 반응할 뿐, 미래를 예측해 반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배추와 무 같은 농산물 가격의 폭락 소식이 전해진다. 배추와 무 같은 농산물은 철저하게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그 가격이 결정되고, 공급량에 따라 가격 등락이 유독 심하다.

가격 등락의 원인은 대부분 재배면적에 좌우되는데 한 해 가격이 좋으면 농민들이 다른 작물 대신 김장배추와 무 재배를 크게 늘리기 때문이다.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다. 마늘의 경우 재래종 육쪽마늘은 주산지가 의성, 서산, 예천, 단양, 삼척 정도였지만 이제 주산지가 옛말이 됐을 정도로 전국 어디든 육쪽마늘을 찾아 볼 수 있다. 꽈리고추 주산지인 당진에서도 꽈리고추가 한때 효자 작물로 불렸지만 매년 증가하는 하우스로 인해 예전에 비해 힘들고 돈 안 되는 작물이 돼가고 있다.

왕의 열매로 큰 인기를 끌었던 아로니아도 이제 농민들에게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아로니아는 보조금 등 정부지원으로 2013년 100여t이었던 생산량이 4년 만에 8700t을 넘어섰다. 분말 수입량도 3년만에 260배 늘어 공급과잉을 부추겨 한 때 1kg에 4만 원까지 치솟았던 가격이 1000원대로 뚝 떨어져 높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수확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에 수요가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차액보전 등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른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동안 정부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해마다 겪는 농산물 폭락을 막지 못했다. 생산물량 조절, 경작면적 제한 같은 강제적 수단과 임기응변식의 대응이 농민들의 반발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엄격한 제도 운용과 생산자의 수급조절 노력 등 정부와 농민들의 타협과 양보가 절실하다.

차진영 지방부 당진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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