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여백] 서동요

2019-10-14기사 편집 2019-10-14 08:08:37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내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관계하고는 맛둥(서동)방을 밤에 몰래 안고 가다."

백제 제30대 무왕의 아명은 서동(薯童)이다. 마(서)를 캐다 팔아 생계를 꾸려서 사람들이 그리 불렀다. 그는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가 아름답기 짝이 없다는 말을 듣고 수도로 갔다. 그러고는 동네 아이들에게 마를 주며 노래 하나를 부르게 했다. 바로 서동요다.

이 참요가 저자에 널리 퍼져 궁궐에까지 이르자 공주는 바람났다는 비난을 들으며 귀양을 가게 된다. 유배지로 가는 중 서동이 갑자기 나타나 공주를 백제로 데려간다. 훗날 서동은 진평왕의 도움으로 백제 왕위에 오르게 된다. 나라를 얻게 된 역대급 가짜뉴스다. 비록 가짜뉴스로 왕이 됐지만 무왕의 치세는 나쁘지 않았다. 41년 동안 재위하면서 고구려와 신라, 당나라 틈바구니에서 백제를 중흥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아들 의자왕 시기에 백제는 끝내 멸망하고 말았다.

무왕이 가짜뉴스로 흥했다면 의자왕은 오명을 뒤집어썼다. 아직까지도 부여의 낙화암이 삼천궁녀가 떨어져 죽은 곳이라 알고 있는 이들이 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멸망 당시 백제의 가구는 76만 가구였다. 인구로 추산해보면 300만명 남짓으로 인구 1000명 당 궁녀 1명을 뽑아야 겨우 숫자가 맞춰진다. 궁궐 내 주지육림을 만들었다는 연산군 조차 궁녀 700명을 넘긴 적이 없다. 조선은 백제보다 인구가 5-6배 많았다.

삼천궁녀라는 가짜뉴스는 왜 만들어졌을까. 누가 이득을 보는가 생각해 보면 짐작이 간다. 당나라라는 외세를 빌려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로서는 정복전쟁의 당위성이 필요했다. 의자왕이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나라를 빼앗기게 된 것이라 소문이 나는 게 좋다. '삼국사기'가 말하는 역사적 사실은 '효성이 지극하고 형제 간에 우애가 깊으며 유능한 왕'이다.

지금도 나라를 얻으려고 참요를 만들어내고 떠벌이는 이들이 있다. 철학자 자끄 데리다는 "'무엇이 거짓말인가'라고 묻기보다는 '거짓말한다는 것'은 '무엇을 한다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거짓말할 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팩트체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어떤 의도로 가짜뉴스를 퍼트리는지, 가짜뉴스가 어떤 사건을 만드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이용민 지방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용민기자의 다른기사보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