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교단일기] 열정의 순간, 다섯 시 오 분

2019-10-11기사 편집 2019-10-11 07:33:00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첨부사진1[교단일기] 김선미(국어) 다정고

다섯 시 오 분. 작년에 내가 지도했던 책쓰기 동아리에서 아이들이 원고를 완성하고 책 제목을 정하던, 열정이 깊은 시간이다. 아이들은 이것을 제목으로 결정했다. 아마 책이 완성되는 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듯하다. 지난해 나는 세종시 전의면의 작은 학교인 전의중학교에 근무하면서 책쓰기 동아리인 '독쓸신잡(책 읽고, 글 쓰고, 신나게, JOB탐색)'을 운영했다. 동아리의 목적은 문학 관련 활동을 하고 각자의 원고를 써서 책을 출판하며 궁극적으로는 직업을 탐색하는 것이었다.

봄날 운동장에 앉아 클래식 선율에 맞춰 시를 낭송했던 봄 문학소풍, 이상화 고택, 대구문학관 등을 다녀왔던 여름 문학기행, 독립책방에서 책쓰기에 대해 고민했던 가을 문학소풍, 원고를 편집·교정하던 치열한 순간들, 책 출판을 기념해 친구들에게 사인을 해주었던 겨울의 도서출판기념회까지. 2018년 독쓸신잡 작가들의 4계절은 충분히 보람찼다.

책은 총 3권을 만들었는데, 위에서 말한 '다섯 시 오 분'은 학생들이 쓴 문학 작품과 에세이 등을 담아서 엮은 책이다. 그리고 '누가 치즈를 훔쳤을까', '사계절 똥나라'는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2권의 동화책을 만들었다.

사실 책 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책을 몇 번 만들어 본 경험은 있어도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서 편집까지 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동료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 교육청에서 책 쓰기 지도 교사를 대상 연수에서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동아리 모집 공고를 하니 많은 아이들이 지원을 했고, 아이들의 열정은 나보다 높았다. 오히려 아이들의 열정이 원동력이 되어 나를 이끌었다. 아이들은 서로 작은 일에 까르르 웃다가도 원고를 교정할 때에는 깐깐한 편집위원들이 되었고, 매우 진지하고 엄격했다. 돌이켜 보면 힘들었던 기억도 있지만 뿌듯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비교적 더 많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는 활동은 나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특히 출판된 책이 든 택배 상자를 아이들과 함께 열어보던 날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독쓸신잡을 운영한 1년은 나에겐 '유쾌한 고난'이었다. 현재 다른 학교 전근발령으로 인해 아이들과도 헤어졌지만, 아직까지도 연락하며 학교생활을 공유해주는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듯하다. 필자는 현재 다정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책쓰기 동아리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2019 독쓸신잡이다. 올해는 동화와 소설을 비롯하여 프로그래밍, 공부방법 에세이 등 내용을 더욱 다양화했다. 오늘도 원고를 기한에 맞춰 내달라고 재촉하고, 완성될 책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등 유쾌한 고난이 계속되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서도 '다섯 시 오 분'이라는 깊은 열정의 순간이 보인다. 아이들의 열정의 순간을 응원한다. 김선미 세종 다정고 교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