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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이야기] 573돌 한글날을 맞이하며, 간판을 톺아보다.

2019-10-10기사 편집 2019-10-10 08: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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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이맘때쯤이면 주변에 보이는 우리말들을 되새겨보곤 한다. 573돌 한글날을 맞이하면서 우리 주변에 놓인 말과 글의 모습을 보니 여전히 고민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얼마 전 본래 외래어로 표기하던 것을 한글로 고쳐 표기한 간판을 보고서, 대전에도 이런 바람직한(?) 가게가 있다며 감탄했던 날이 있었다. 인사동은 외국인들의 방문이 많음에도 그들이 읽기 힘든 한글 간판으로 바꾸었는데, 이는 오히려 한국의 특색을 더한 명소로 거듭났다. 요즘 건물에 걸린 간판들을 보면 어느 정도 인사동과 같은 정비를 고려해볼 필요가 느껴진다. 이제는 너무 다양한 모습 때문에 가게의 특색을 더한다기보다 어수선하여 가게를 찾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외국어, 외래어를 비롯하여 알아보기 힘든 한글의 재창조(?)가 간판이라는 기능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런 모습을 필자만 느끼는 것이 아님은 한글 간판을 지원하는 다양한 곳들의 노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명한 한 검색 포털 기업은 '소상공인 한글 간판 지원'을 2008년부터 수년간 진행해왔으며, 이는 일부 지역 도청까지 사업을 진행하게 하는 영향을 미쳤다. 또한, 공공 기관에 올라온 시민의 목소리에서도 한글 간판의 교체 및 수정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다. 이러한 노력은 한글에 관한 측면만 고려한 것이 아닌 도시 정비를 위한 관심으로도 확대하여 볼 수 있다.

물론 한글 간판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계된 다양한 입장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한글을 우선하는 필자로서는 읽기 쉽고 알기 쉬울 것이라는 기대가 제일일 수밖에 없다. 업체에서 고유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면 상징하는 표지와 함께 한글로 쓴 간판은 어떠한가. 기업 이름이 외국어에서 가져다 썼기 때문에 원어로 표기해야만 한다면 한글로 크게 적고, 외래어를 작게 적어 알게 하면 되지 않는가.

한글 간판은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방문하는 곳만 특화하는 화제성으로 생각하여서는 안 된다. 외래어를 못 읽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한글로 된 간판이 필요하고, 한글을 보전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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