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우리 인간에게는 집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지 꽤 오래됐다. 의(衣), 식(食), 주(住) 이 세 가지는 예부터 사람이 생활하는데 기본이 되는 옷, 음식, 그리고 집을 이야기 한다. 그 이유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충족해야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추가되는 것이 하나 있으니 이는 바로 차(車)를 소유하는 것이다. 이 알 수 없는 조합은 무엇인지 시대의 흐름 및 배경으로 풀어보자.

과거 사람들의 주거공간은 대체로 동굴생활 등 자연요소를 활용했으나 문명의 발달에 따라 나무, 흙 등을 기본 바탕으로 하는 인위적 기술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지능력의 발달과 태양, 비, 눈, 바람 등 자연과 맹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함과 동시에 보다 더 쾌적하고 튼튼한 주택을 짓기 시작하였으며 이 시기에는 사냥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일정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며 철, 유리, 시멘트 등을 기본으로 하는 철골 및 철근 콘크리트 건축공법이 발달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면서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이는 단순히 모여드는 사람들의 숫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이들을 어떻게 도시공간 안에서 머물며 소비를 하게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여기서 짧게 자동차의 역사를 살펴보면 영국의 산업혁명의 성공으로 기계 개발이 성행했으며 1860년대 내연기관 자동차가 개발된 이후 기존 자동차와의 차별화를 필두로 1890년대에는 전기 자동차를 발표하게 된다. 이는 기존에 도보 또는 말과 소 등의 이용에 제한됐던 이동거리를 획기적으로 멀리 늘릴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1911년 당시 총독부와 이왕직이 미국산 포드 승용차를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20년대 당시만 해도 서울의 상류층에 널리 보급되지 못했는데 이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서울과 각 지방도시의 도로 신설과 확충사업으로 차량의 증가는 급속히 증가하게 된다.

자동차 소유의 증가는 이를 사용하는 우리에게 이동수단의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주차공간의 부족함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한다. 대도시의 주택가에는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이면도로 일부에 주차구획을 조성한 후 인근주민이 사용료를 내고 우선적으로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주자 우선주차제가 있으나 이는 차량훼손 및 긴급차량의 통행에 지장이 발생하고 있어 관할 지자체의 고민 또한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 아파트의 경우는 또 어떠한가. 과거에 지어진 아파트는 당시의 규정을 기준으로 건축해 수도권의 경우 2002년 이전에는 평균 2세대당 1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하였으니 턱 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를 안고 가야 하는 일이 생겼으니 바로 주차장의 규격 변경이다. 지금 우리의 차량 형태는 자꾸만 대형화, 고급화 되어가고 있다. 부족한 주차난의 해결과는 반대지만 주차폭(현재 2.3m 이지만 내년 3월부터는 2.5m)의 변경은 단지 아파트뿐만 아니라 대형 건축물 및 일반 주차장에도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협소한 주차 공간으로 인한 차량 긁힘이나 문콕 방지 및 차량 탑승이 조금이나마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른 시민들의 여가활동에도 차량 이동 및 주차가 등장하니 바로 캠핑카다. 이는 지금 세대의 새로운 트랜드(Trend)로 자리잡았다. 팍팍한 도심의 생활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야외활동의 범위를 고정형(텐트캠핑, 글램핑)에서 이동형으로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캠핑카를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주차공간에 대해서는 비교적 차량통행이 적은 이면도로나 공유지에 주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이는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이며 부주의로 인한 차량의 파손으로 인한 분쟁의 소지로 변모될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건축물과 자동차는 그 공간 안에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최우선해야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이용 방법에 따라 안전의 생명력을 연장시킬 수도 단축시킬 수 도 있다. 사용자 위주의 편의사양 구성과 화려한 디자인, 그리고 폼 내려는 장식물에 나 보다는 타인을 배려하는 우리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간인 듯 싶다.

공간(空間, space)은 `비어 있는 사이`라는 뜻이니 그 공간에 우리들의 양보와 배려를 살짝만이라도 넣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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