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창 기자
이호창 기자
유신헌법 이후 폐지됐다가 1988년 13대 국회에서 부활한 국정감사는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그동안 수차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의 폭로와 송곳 질문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은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버리는 쾌감을 느끼곤 했다. 시민대표 격인 국회의원들이 공공기관의 잘못된 행태를 꼬집고 이를 바로 잡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국감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사실인양 폭로하기 시작했고, 아니면 말고 식 의혹제기에 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터무니 없는 자료 제출 요구는 피감기관의 가장 큰 고충이기도 하다.

이러한 국정감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부처를 시작으로 대전시 등 자치단체까지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증인대에 섰다.

8일 대전시청에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은 반쪽 짜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전시와 세종시 두 곳의 광역시를 대상으로 한 감사가 고작 3시간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의원들은 본인 말하기에만 바빴고, 피감기관의 해명조차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다. 자료제출 요구는 산더미만큼 해놓고 이와 관련된 질의는 거론조차 없던 셈이다. 피감기관의 문제점, 개선방향을 도출하는 자리가 아닌 수박 겉 핥기식의 감사가 진행됐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대전시의 입장에선 소득이 없던 건 아니다. 이번 국감에서 최대 현안인 혁신도시 지정과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사업비 증액에 대해 국토위원들의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된 건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대전시가 요청한 현안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한 건 높이 살만하다.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까지 전달하면서까지 대전시 현안 사업 정상 추진을 돕겠다고 했다. 틈새를 이용한 지역구 현안 챙기기에 혈안이 된 의원도 있었다.

국감은 공공기관의 잘못된 형태를 비판하고 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의원 스스로 피감기관에 대한 기본 업무 파악정도는 기본이다. 보다 내실 있고 발전 방향을 담은 국감을 위한 국회 차원의 제도정비가 시급한 이유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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