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가 확장될수록 관계의 밀도는 줄어든다. 관계의 적절함의 정도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폐쇄적으로 되어가고 소규모의 친밀한 관계만을 유지하려던 개인적인 성향 때문인지 관계가 확장될수록 그 의미에 대해서 스스로 되묻게 된다. 어린 시절엔 관계에 의해서 상처받는 것이 두려웠다면 지금은 주어지는 정보나 견해를 나의 가치관에 의해 섣불리 재단하거나 인식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게 된다. 쏟아지는 엄청난 정보에 이성보다는 직관이 우세하게 작용하는 것을 보면 혼란스럽다.
진실보다는 불공정한 객관성이 난무한 현실에서 새로운 뉴스를 받아들이고 판단하기 쉽지 않다, 매일 벌어지는 일 들 속에서 진실 혹은 거짓인지가 중요하지 않은 국면을 많이 보게 된다. 인식이 증거보다 더 중요하고, 더 나아가 진실은 상관없다는 말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대사가 아니고 현실 세계이다.
나이가 들면 경험치로 저절로 알아지는 깨달음은 없는 것 같다, 도리어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참된 지知는 사람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그 사람이 `아는 사람`이던 `알 수도 있는 사람`이던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아는 것은 쉽지가 않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무지(無知)함이 아닌 조금은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면 오늘 하루도 의미 있을 것이다.
이성희 소제창작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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