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한아름, 푸른뫼, 꿈나무 등 우리말에서 2000년대 우리말+외래어로 점차 변화

올해로 한글날이 573돌을 맞이했지만 대전지역 공동주택 이름은 점차 외래어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 꽃 등 순 우리말이 이름을 차지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영어를 넘어 제 3 외국어까지 명칭에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8일 대전일보가 한국감정원 부동산테크를 통해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대전에 지어진 공동주택(400가구 이상) 141곳의 명칭을 조사한 결과, 40여 년 사이 공동주택 이름은 우리말에서 외래어로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이전에는 현대, 삼성, 금호, 우성 등 건설사 이름을 그대로 명칭에 사용하거나 청룡, 동산 등 한자로 구성된 우리말로 특정단어를 차용한 게 주를 이뤘다.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대전지역 공동주택 이름은 둔산·월평·만년동을 중심으로 우리말이 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백합, 무궁화, 목련, 진달래 등 꽃이름을 비롯해 가람, 햇님, 무지개, 샛별, 은하수, 파랑새, 상록수, 강변 등 자연·생물을 사용하기도 했다. 둥지, 녹원, 한마루, 전원, 초원, 향촌, 한아름 등 공간을 지칭하는 말과 누리, 다모아 등 겨레를 의미하는 말도 사용됐다.

2000년대는 우리말과 외래어가 혼재된 시기였다. 우선 공동주택 단지를 지칭하는 말로 1990년대 말미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마을`이란 단어가 사용됐다. 1999년 선비마을을 시작으로 은어송마을, 효촌마을, 어진마을, 목양마을, 문화마을, 유등마을, 반석마을, 열매마을 등이 단지 이름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주택명에 영어가 사용되기 시작해 우리말과 외래어를 합성해 사용하거나, 영어식 표기가 주로 쓰였다. `우리말+외래어` 합성어로는 비래동 비래 휴(休)플러스, 하기동 송림마을 E-그리운 등이 대표적이며, 반석동 삼부르네상스, 지족동 호반리젠시빌, 관평동 쌍용 스윗닷홈, 문화동 센트럴파크, 삼성동 한밭자이, 낭월동 오투그란데 등 공동주택 이름을 건설사명과 외래어를 합쳐 사용하기도 했다.

2010년대 지어진 공동주택은 대부분 외래어로 이름을 썼다. 시티포레, 금강로하스엘크루, 금강엑슬루타워, 트리풀시티, 더샵 등 모두 외래어를 사용하거나 낭월동 e편한 세상, 판암동 삼정그린코아, 원신흥동 양우내안애레이크힐, 신안인스빌리베라 등 합성어 이름이 주를 이뤘다. 공동주택 40곳 중 11곳(27.5%)만 외래어가 이름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은 "고유어나 우리말은 흔히 사용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외래어에 비해 가치가 낮다는 인식도 늘고 있는 상황. 이는 과거에 한자어 사용하는 이들을 유식하게 보는 것과 결을 같이 한다"며 "최근 공동주택의 이름은 주거공간이라는 정체성을 알리기 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상승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주택 이름에 영어식 표현도 자주 포화상태가 되면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제 3외국어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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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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