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존중하는 자세 중요

`어이, 아가씨! 링거 좀 빼줘.` 30여 년 전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병원에서 일할 때, 간호원으로 불리던 시절엔 간호 업무가 수요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당시엔 간호사를 `아가씨`, 아니면 `어이`라고 불렀다. 간혹 `간호원`이라고 불러주기라도 하면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전문 의료인으로서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낮았고, 환자를 케어하는 입장에서는 자존감이 떨어지곤 했다.

호칭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말하는 입장과 듣는 입장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

간호원으로 불릴 땐 단순히 환자의 수발을 드는 보조자의 역할로 인식됐다. 간호사로 호칭이 변경된 후에는 전문 의료인으로서 환자를 보살피고 업무를 능숙히 수행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변화를 가져왔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어느 누구도 예전처럼 아가씨라고 부르는 경우가 없다. 대신 간호사 혹은 간호사 선생님이란 호칭이 일반화됐다.

당연히 환자에 대한 호칭 역시 `ㅇㅇ님`으로 부르며,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존중심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호칭이 왜 중요할까. 호칭은 상대방에 대한 인식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환자와 의료인이 호칭에서부터 존중심을 나타낸다면 신뢰 향상을 통해 서로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인 간 호칭은 질병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친다.

의료인으로서 환자를 대하는 자세가 `나는 전문인이므로 내 의견에 따라야 한다.`라는 식의 우월적 입장에서 치료와 간호가 이뤄진다면 의료인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는 것과 다름없다.

환자 역시 의료 전문가에 대한 존중 없이 일방적 요구와 하대하는 식의 언행을 한다면 질 높은 치료와 간호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해 건강을 되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처럼 서로 존중심 없는 호칭은 책임감 보다는 자존심을 우선적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자신과 상대의 존재감을 나타내는데 부정적 영향을 준다.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모든 의료 행위는 본질적으로 환자의 건강을 되찾기 위한 것이다.

간혹 환자 입장에서 질병의 고통을 느낄 때 감정이 앞서 정제되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누가 우월한 위치에 있느냐가 본질이 아니다. 환자는 자신의 질병을 치료하고, 의료인은 자신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부르기 좋고, 듣기 좋은 호칭 속에 담긴 진실한 `마음의 소리`는 환한 미소를 짓게 해 줌으로써 행복이라는 두 글자를 마음 판에 새기게 한다.

서미경 대전 대청병원 간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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