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춤 명무 정은혜 충남대 교수

"탈춤 이나 살풀이 춤은 봤어도 학춤은 못 봤죠? `학춤이 뭐지?`했던 사람들도 한 번 무대를 보고나면 `와 정말 학이다`하면서 굉장히 좋아해요."

37년 간 학춤에 몰두한 정은혜 충남대 교수. 국내에 몇 안되는 학춤 명무다.

학춤은 조선시대 궁중 무용의 하나로, 학의 탈을 쓰고 상체를 크게 구부린 뒤 의연한 몸놀림으로 표현한 춤사위가 특징이다. 선비를 상징할 만큼 고고한 동물인 학의 몸놀림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담고 있어, 기품과 엄숙함을 일깨운다.

정 교수는 "학춤은 겉으로 보기에 기품 있고 편안해 보이지만, 탈 속 얼굴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고, 허리는 끊어질 듯이 아플 만큼 힘든 춤"이라며 "난이도가 높아 학춤을 추는 사람이 많지 않다.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도 학춤을 연습하자고 하면 도망을 간다"고 말했다.

충남대학교에 24년간 몸 담은 정 교수는 제2의 고향인 대전에 갖고 있는 애정이 각별하다. 다친 학 한 마리가 눈 녹은 웅덩이 물로 상처 난 날개를 적시더니 하늘로 날아갔다는 유성온천 설화에 영감을 받아 창작춤 `대전십무`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학춤을 모티브로 대전만이 가지고 있는 유산을 문화콘텐츠화 해 전통은 이어가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가는 과학도시 대전의 모습을 10개의 춤 예술로 재현했다"며 "전통학춤만 추면 관객들이 지겨울 수 있으니 다양한 이야기를 입혀 창작무용을 추고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중장기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공연예술 중장기창작 지원사업은 전국의 연극, 무용, 음악, 전통예술 등 4개 분야에서 질 좋은 공연을 준비할 수 있도록 3년간 장기지원하는 사업이다.

정 교수는 "이번에 선정된 공연 `날개,Crane`은 전통학춤이 현대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살아남을 것인가 고민하면서 학춤의 재미와 진정성을 함께 공유하기 위한 작품"이라며 "`대전십무`가 대전을 알리고 시민들에게 힐링의 기회가 됐다면 이번 작품은 학의 생태와 신비를 조명한 창작춤으로 세계무대로 나아가는 한류작품으로 겨냥해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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