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미술관 국제전 '산수-억압된 자연'展

장위, 잉크 피딩-곽희와의 대화, 2015, 아크릴, 종이, 물, 잉크, 비디오, 가변크기. 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장위, 잉크 피딩-곽희와의 대화, 2015, 아크릴, 종이, 물, 잉크, 비디오, 가변크기. 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동양화의 삼원법과 동양의 자연관에 대해 비판적으로 해석한 전시가 열린다.

윤재갑 상하이 하우아트뮤지엄 관장이 공동기획자로 참여한 이응노미술관 국제전 `산수-억압된 자연`이 오는 15일부터 12월 2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11세기 북송의 화가 곽희가 그의 저서 `임천고치`에서 제시한 산수화를 구성하는 3개의 시점 고원, 심원, 평원이 자연친화적 재현이라기보다는 인간중심적 시각으로 자연을 인위적으로 재해석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 보고, 동양적 자연관에 깃든 인간중심적 시각을 비판한다.

이러한 시각은 자연을 기하학적으로 재단한 서양의 원근법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자연 재현에 있어 이러한 관점은 현대사회로 넘어오며 CCTV 등 감시와 처벌의 권력을 위임받은 시각 테크놀로지로 발전해 세계를 인식하고 통제하는 기본 틀로 변모됐다. `산수-억압된 자연`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해 삼원법과 동양의 자연관, 그리고 현대문명에 잠재한 감시의 시선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1전시실에서는 이응노, 장위, 오윤석, 이이남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응노의 대작 `군상` 병풍은 인물 그룹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구성으로, 장면에 따라 다시점적 투시가 적용됐다. `동방견문록` 연작의 일부 작품들도 일점투시가 아닌 전통 산수에서 차용한 다양한 시점이 적용되어 구성됐다.

장위의 `곽희와의 대화`는 곽희의 삼원법에 대해 직접 다루는 작품이다. 장위는 작품에 잉크를 스며들게 해 자연적으로 생긴 산수 이미지 여러 개를 허공에 매달아 관객들이 그 주위를 거닐면서 직접 산수를 체험하는 과정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오윤석은 동양의 고전 텍스트를 칼로 자르고 꼬아내며 시각적 이미지로 구현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오윤석의 작품에서 텍스트를 이미지화함과 동시에 작가의 무의식적 행위를 그대로 반영한다.

이이남의 비디오 `만화 병풍`은 고전 산수화에 애니매이션을 접목한 작품으로 전쟁과 같은 사운드를 통해 세기말의 산수를 재현한다.

2전시실은 김지평, 션샤오민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김지평은 전통 회화의 형식을 차용해 현대적 산수를 창작한다. 유교적 남성주체를 중심으로 발달했던 산수화 문화를 어떻게 여성적 시선으로 재해석할 수 있을지, 전통 회화 형식을 어떤 방식으로 동시대미술에 녹여 넣을 수 있을지 등 여성의 관점, 현대적 관점에서 산수화를 재해석한다.

션샤오민의 작품은 억압받는 자연을 철제도구와 분재를 가지고 표현했다. 분재는 일상 속에서 식물을 가꾸고 감상하는 자연친화적 행위이지만 사실은 식물을 성장을 억압하고 인간의 미의식에 맞게 재단하는 폭력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션샤오민은 이 점에 착안해 분재에 가해진 인간중심적 자연관, 폭력의 시선을 표현한다.

3전시실에는 펑멍보, 장재록의 작품이 전시된다. 펑멍보는 홍위병, 홍색회화를 작품의 소재로 삼아 중국의 국가 이데올로기를 비판해온 작가다. 그의 작품 `유년시절`은 그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국가이데올로기에 동원된 예술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비디오와 드로잉 28점이 동시에 전시된다.

장재록의 회화는 전통 산수를 디지털 픽셀의 이미지로 해체하고 구성한 작품이다.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의 특성을 차용해 새로운 형식의 동시대적 산수를 창작한다.

마지막 전시실인 4전시실은 쉬빙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쉬빙은 중국 현대미술의 스타 작가 중의 한명으로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쉬빙의 `백 그라운드 스토리: 루산`은 비닐, 신문지 등으로 산수화 이미지를 구현한 재기 넘치는 작품이다. 앞면에서는 루산을 그린 전통 산수화를 볼 수 있지만 뒷면에서는 이 작품이 쓰레기로 구성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쉬빙은 일상적 소재를 가지고 산수의 권위를 해체한다. 그의 비디오 작품 `드래곤플라이 아이즈`는 감시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발췌해 편집한 작품으로 현대사회에 만연한 감시적 시선을 폭로한다.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은 "동양화의 삼원법과 동양의 자연관에 대해 비판적 시각 제시한 이번 전시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며 "윤재갑 중국 하우아트뮤지엄 관장과의 공동기획으로 만들어진 이번 전시가 중국과의 교류활성화 및 이응노화백의 작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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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 군상, 1982, 한지에 먹 (병풍), 185 x 552cm. 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이응노, 군상, 1982, 한지에 먹 (병풍), 185 x 552cm. 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김지평, 음(淫), 2014,  한지에 옻칠, 경면주사 채색, 90x188cm. 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김지평, 음(淫), 2014, 한지에 옻칠, 경면주사 채색, 90x188cm. 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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