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성사된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예상과는 달리 빈손으로 끝났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7개월 만에 북한과 미국 실무자가 5일 스웨덴에서 만났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섰다.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협상은 이번 실무협상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주목과 기대를 모았던 게 사실이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방법`을 언급하는 등 북미 양측이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받은 가운데 열린 회담이어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전 2시간, 오후 4시간 가량의 협상 뒤 북한 김명길 대사가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며 `결렬`을 선언했다.

협상 결렬의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미 간 견해차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회담에서 핵실험 중지, ICBM 시험발사 중단, 미군 유해송환과 같은 선제적인 조치에 대해 미국의 구체적인 화답을 원했다. 자신들의 행동에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다음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져갔고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지만 북한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북미 협상이 다시 열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서로를 만족시킬 만한 사전 조율이 없다면 쉽지가 않아 보인다. 북한 김 대사는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으로 권고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기대하고 있는 `안전보장`과 `제재해제`에 대해 미국이 구체적인 카드를 내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대사의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는 발언에서 유추가 가능하다. 결국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고 미국 또한 대북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번 실무협상 결렬로 북미 상황이 오히려 하노이 회담 이전으로 후퇴한 느낌을 주고 있다. 향후 회담이 쉽지않다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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