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조국 사태가 몰고 온 파장은 자못 크다. 몇 가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대통령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대통령은 국민의 공복이고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정부를 통치한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고 갈등을 조정하여 국민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다. 이것을 토대로 국민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전략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 모두에게 책임을 진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신이 꿈꾸는 대통령의 표상에 대해 다양한 약속을 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심지어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진영 논리에 따른 이념적 대립으로 나라는 두 동강이 났다. 검찰청 앞에서는 진보 진영이 주최한 `조국 수호` 대규모 군중집회, 광화문 광장에서는 보수 진영이 총동원되는 `조국 사퇴 촉구` 집회가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줄곧 "사람이 먼저다"라고 외쳤지만 이제는 "조국이 먼저다"로 방향을 튼 것 같다. 이렇다보니 문 대통령을 향해 `하조대 대통령`(하루 종일 조국 장관만 챙기는 대통령)이라는 별명마저 생길까봐 걱정된다. 항간에는 문 대통령이 조국에게 무슨 약점이 잡혔거나, 아니면 조국 수사를 막아야 할 무슨 절박하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냐"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들이 현 시점에서 문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취임사에서 밝힌 약속을 행동으로 실천하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상식과 도덕, 윤리와 정의가 살아 숨 쉬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통령"이 되길 요구한다.

한편 검찰 개혁의 본질은 무엇인가? 청와대와 여권은 검찰 개혁과 관련 심각한 모순과 착각에 빠져있다. 이들은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고 의심하는 것 같다. 윤석열 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뿐만 아니라 그동안 검찰 개혁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밝혀왔다. 민주당조차 윤 총장을 "검찰 개혁의 최고 적임자"로 치켜세웠지 않았는가. 더구나,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여권은 검찰이 조국 장관과 관련된 의혹을 수사하니까 느닷없이 `개혁 저항`, `정치 검찰`, `과잉 수사` `고의적 피의 사실 유출` 등 온갖 비난을 퍼붓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을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조국 임명 반대`와 `조국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국민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수천명의 전․현직 대학 교수가 `조국 파면` 시국 선언을 하고, 서울대 등 수 많은 대학생들이 `조국 아웃`을 외치며 촛불 집회를 여는 현실은 왜 외면하는가? 최근 KBS 여론 조사(10월 26-27일) 결과, `조 장관 가족 수사와 관련해 `지나치지 않다`(49%)가 `지나치다`(41%)보다 훨씬 많았다.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에 대해 `허용돼야 한다`(64%)가 `금지돼야 한다`(24%) 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분명, 집권 세력의 생각과는 달리 민심은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국민은 없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화다. 그런 의미에서 정권에 아부하지 않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살아 있는 권력인 조국 장관을 강도 높게 수사를 하고 있는 윤석열 총장이 검찰 개혁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수사권 조정, 검찰의 수사 관행 등과 관련된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개혁은 조 장관 수사가 끝난 뒤에 진행돼야 진정성이 담보된다.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는 주장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단언컨대,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은 별개다. 개인 조국의 실패는 진보의 실패가 아니다. 이제 진보는 폐쇄적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거짓과 위선, 각종 의혹으로 진보를 깊은 수렁 속으로 빠뜨린 조국을 맹목적으로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비판하고 응징해야 한다. 그래야 진보의 미래가 보인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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