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 사태이후 한국사회 두 동강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한국사회가 정말 두 동강이 난 것 같다. 진보와 보수로 대별되는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장에 나온 국민들도 극렬하게 충돌한다. 어느 쪽도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림`으로 규정하며, 퇴로 없는 혈투에 골몰하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8·9 개각 발표이후 지금까지 한반도는 `조국`외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기성 정치인이나 특정 정파에 함몰된 지지층의 극단적 대립은 이미 예견됐던 바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적격여부에 대한 실체는 어쩌면 처음부터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을 지 모른다. 현 정부 개혁의 아이콘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진보는 보호할 수 밖에 없었고, 보수는 끌어내려야만 했다.

문제는 검증 및 임명과정에서 학계, 법조계 등 전문가 집단은 물론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일반 청년들조차도 조 장관에 대한 유불리에 따라 양분됐다는 점이다. 갈등의 완충지대가 될 만한 `중도`역시 특정 진영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으며, 사회 전체가 내 편 아니면 적인 전쟁터가 된 꼴이다. 오죽하면 대표적 진보논객으로 보수 정치권에 촌철살인의 평론을 쏟아냈던 진중권 동양대 교수조차 "지금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 다들 진영으로 나뉘어 지금 미쳐버린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진보진영의 자성을 주문했을 까 싶다.

이처럼 대립구도가 심화된 가장 큰 원인은 가짜뉴스를 활용한 정치권의 편가르기 때문이라 확신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 뉴스 소비자들은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논리를 제공해주는 특정 유투브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심화됐다. 이에 정치권과 언론은 펙트와 가짜뉴스, 추측 등을 교묘히 버무려 지지층의 확증 편향을 더욱 부추긴다. 심지어 사회적 파급력이 큰 지식인, 예술가들 조차 저마다의 소신(?)에 따라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논리를 앞세워 가짜뉴스를 생산, 유포하는 일까지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한반도 갈등`의 화룡점정은 문 대통령이 찍었다. 국민을 통합해야 할 대통령이 분열을 정치동력으로 삼는다는 바른미래당 논평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더라도 청와대가 직접 `검찰 개혁`을 언급한 이후 한국사회 갈등구조가 더욱 심화된 것 만큼은 사실이다. 서초동 촛불집회에 대한 찬반론을 떠나 평범한 사람들까지 거리로 나서게 했다는 것 자체가 실패한 정치다.

극심한 진영갈등은 치명적인 국가위기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조 장관에 대한 검찰수사가 어떠한 결론을 내린다 해도, 검찰개혁이 어떻게 진행된다 해도, 한 쪽은 환호하겠지만, 다른 진영은 수긍하지 않은 채 극렬히 반발할 게 분명하다. 국내외 현안에 대해서도 국익보다 정파별 이해관계를 더 중요시하는 망국적 행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언론인출신 사회비평가였던 리영희 교수는 생전에 `새는 좌우의 날개로 산다(1994년)`라는 평론집을 통해 좌파와 우파가 균형을 이뤄야 공동체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했고, 한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말 그대로는 중도주의적 입장이나, 보수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진보진영으로선 크나큰 위안이 아닐 수 없었다. 25년이 지난 2019년 한반도에선 이제 국정주도세력이 된 진보가 곱씹어봐야 할 명제가 됐다. 왼쪽 날개로만 날아가려는 새 역시 추락할 수 밖에 없기에 보수를 척결해야 할 `악(惡)`으로 규정하거나 몰아가선 안된다. 특히 국정을 책임지는 최고지도자라면 국민과 국익을 위해 건전한 보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역할 하는 것까지도 의무일 수 있다.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 이제라도 합리적인 조정과 중재가 가능한 정치를 복원시키기 위한 정가의 노력이 절실하다. 물론 그 물꼬를 터야 할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국민통합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이자, 권리이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도 저의 국민이고, 섬기겠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 2년 전 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민에게 했던 약속이다.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