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현 기자
주재현 기자
다람쥐는 자신이 찾은 도토리를 숨기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기나긴 겨울을 나기 위해 자신만 아는 장소에 저장해놓는 것이다. 헌데 지능이 살짝 모자란 다람쥐는 도토리를 숨겨놓은 장소를 잘 잊어버린다고 한다.

최근 다람쥐가 숨긴 도토리처럼 세상 빛을 보지 못한 채 주인에게 외면받는 과학기술분야 공공연구 성과물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등재된 과학기술분야 논문 3만 5341개 가운데 공개된 논문은 1만 135개로, 공개율이 28.7%에 불과하다. 공개율이 99.8%에 달하는 인문사회분야의 논문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된 연구결과와 성과를 별도의 구독료를 지불해야만 확인할 수 있는가 하면 연구 결과 검증에 필요한 연구데이터조차 제대로 관리, 공유되지 않는 실정이다. 국민들의 실생활에서 활용되고, 새로운 연구와 심층 연구의 밑바탕이 될 수 있는 연구성과들이 먼지만 덮어쓴 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납세자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국민들의 입장은 차치하더라도 `소재·부품·장비 기술의 국산화`, `기술혁신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를 외치는 정부가 오히려 기술융합, 연구 협업 등에 필요한 연구자·연구분야 간 연구성과 공유 관리를 저해하고 있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 R&D 과제를 통해 생산된 학술논문의 공공접근을 위한 법개정, 오픈 액세스 추진 등이 시급하다고 분석한다. 이와 함께 연구데이터, 논문 등 연구성과를 개인의 소유로 인식하는 연구자들의 인식 또한 달라져야 한다고 꼬집는다.

앞으로 `기술혁신`, `융합연구` 등 구호만 허공에 맴도는 정책의 틀을 깨고 개방성·공유성을 갖춘 연구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연구주체들은 꼭 기억했으면 한다. 다람쥐가 찾지 못한 땅 속의 도토리에서는 싹이라도 나지만 꽁꽁 숨긴 연구성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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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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