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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건축] 자족(自足)을 말하다

2019-10-02기사 편집 2019-10-02 08: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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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한동욱 남서울대 교수 ((사)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자족'이라는 말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스스로 만족함'이라는 것과 '필요한 물건을 자기 스스로 충족시킴'이라는 것으로 정의된다. 아름다운 건축 환경을 만들어보자고 하는 이 논단에서 '자족'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다소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건축 환경을 발전하게 할 수 있는 동시에 피폐하게 할 수도 있는 근본 요인인 '욕구(desire, 慾求)'에 대하여 생각해 보면 '자족하는 건축'이 '아름다운 건축'의 기본 전제조건이 되기에 충분한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구축 행위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일관되게 존재해왔던, 인간의 주(住)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위이다. 한편으로 구축 행위에 의하여 인간의 주(住)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때로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에게 새로운 차원의 욕구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항상 변화하는 인간의 욕구는 자원 및 자본의 증가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다시 역으로 자원 및 자본의 증가와 기술의 발전을 가져오는 동인(動因)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순환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인 행복은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도전의 끝은 파멸일 수도 있다. '바벨탑'은 이러한 바의 상징적 예 가운데 하나인데, 불행하게도 '바벨탑' 건축의 욕구는 현재에도 인간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도시는 지속적으로 고밀도화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저변에는 욕구의 끝없는 증대와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주의 논리가 있다. 이러한 바들이 우리 건축도시환경의 발전에 대한 긍정적 요인이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동시에 그 이면으로 현재 건축도시환경의 지속에 대해서는 부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재건축 문제만 하더라도, 노후화된 집합주거 환경의 개선을 위한 효율적 대안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부동산 시장 및 건설 산업의 논리 속에서 재화(財貨) 축적의 방법으로 더 주목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작 건축으로서의 가치는 상품성이라는 명제 속에 매몰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 또한 르 코르뷰제가 유니테 다비타숑(Unite d'Habitation)을 통해 선보인 수직적 집합도시의 이상은 유리의 성과 같은 고층 주상복합건물들이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뀌어가면서 점점 욕망의 상징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대형 건물들만 그러한 것도 아니다. 전통적 단독주거지역들의 상당 부분들에서 기존의 단독주택들이 보다 더 많은 용적율과 가용공간들을 앞세운 다가구 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로 바뀌면서, 공유공간의 부족과 주차난 등 고밀화에 따른 많은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과 같이 이기적 욕구의 증대로 인한 우리 도시건축환경의 질과 지속가능성의 저하 등 많은 부정적 문제에 대한 해결 대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자족적인 건축'은 그러한 대안 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자족적인 건축은 최대한을 추구하지 않는 건축이다. 오히려 덜어내고 비워내는 건축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높은 지가(地價)의 환경에서 환영받지 못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 맛이 나는 도시건축환경을 만들어주는 가장 근원적인 개념이 될 수 있다. 또한 발상의 전환을 통한, 또 다른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다. 서울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에 들어선 '가로골목'이란 건물은 통상 상업용 건물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1층에 보행자들에게 자유로운 통행과 공유공간을 제공하였다. 확보된 공용 통로는 상층부로 시각적인 개방감과 함께 자연스러운 접근을 가능하게 하므로 오히려 1층이 임대공간으로 가득한 다른 건물 상층부에 비하여 휠씬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한편으로 자족적인 건축은 인간적 스케일의 자족적 공동체를 지향하는 건축이다. 대형화가 일반적인 현재의 사회적 추세를 부정할 수 없지만 사회적 접촉이 활성화되는 자족적 순환체계의 소규모 단지 혹은 소형 복합건물의 수준 제고 및 활성화가 보완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물리적 환경 측면에서 자족적 건물시스템이 일반화된다면 우리 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은 그만큼 더 증대될 것이다.

'자족'의 여유를 즐길 때, 우리 건축문화의 수준은 한걸음 더 높아질 질 것이고, 우리 도시건축환경은 그래서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 ((사)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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