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최근 한국사회에 과학기술과 관련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과학기술의 외부인이거나 소비자였던 시민이 직접 연구원이 돼 과학기술로써 지역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과학기술 지식을 활용해 주변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확대하며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이러한 모습은 과학도시 대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덕특구 내 `벽돌한장`이라는 단체는 시민·학생과의 과학 살롱, 연구현장 탐방 과학동행, 진로멘토링 X-STEM, 학교·원도심으로 찾아가는 과학강연, 환경 이슈 및 정책에 대한 공동 대응 등 노력을 기울여 과학문화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대전문화재단의 과학예술 융합 프로그램 `아티언스`를 통한 출연연 연구자들과 예술가의 협업, 기초과학연구원의 `Art in Science` 등 과학예술 전시, 한국화학연구원의 과학예술융합 전문갤러리 `스페이스씨샵` 운영 등은 시민들이 과학과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내달 18-21일 열리는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에는 ArtistNest 2019라는 타이틀로 대전의 예술가와 특구의 과학자, 해외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처음 등장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지원하는 `사이언스 슬램 D`와 유성구의 풍성한 과학프로그램을 체계화하고 있는 `다과상` 브랜드는 전국적인 과학문화 프로그램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2년 탄생한 `대전백북스`는 과학연계 시민학습공동체로서 가히 놀라운 업적을 이뤄가고 있다. `대덕몽`이라는 수요 조찬카페모임은 지역의 혁신을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 공유와 실천의 장으로서 매봉산 지키기, 개방형 협력 문화 만들기, 3·1절과 8·15와 연계한 다양한 과학기술 민간행사 등을 거쳐 대전혁신2050 사회적협동조합을 구성, 과학자와 시민연계 등을 준비하고 있다. 대덕구청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시민투표와 소통 프로그램 등 시민참여 민주주의 확대에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전테크노파크와 대전·세종·충청 여성벤처협회 등은 지역 기술자들과 함께 원도심의 비어있는 공간을 문화예술·과학기술·경제가 융합된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와 리빙랩 사업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시민이 직접 연구에 참여, 과학기술을 접목해 지역 문제 해결과 지역사회 혁신을 이룩하려는 움직임이다. 대전시민참여연구센터는 그 이름처럼 과학자와 시민이 만나는 다양한 문제해결 프로그램, 학생 조사활동 등으로 시민과 학생이 직접 문제해결 연구에 참여하는 전형을 만들어왔으며, 최근 시민주도 리빙랩 사업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반을 축적했다. 출연연들은 신탄진 산업단지 악취제거·화재취약지역 대응·학교 미세먼지 저감·사회적 약자 돌봄 기술 활용 등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해결 연구에 시민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대전시는 주민의견을 반영해 마을별 개선 의제를 선정, 주민들로 하여금 직접 조사하고 연구하며 과학기술을 접목해 개선 의제들을 해결해나가는 리빙랩 사업을 다양하게 확충하고 있다. 벌집, 사회적 협동조합 혁신청, 세상속의 과학, 과학기술연결플랫폼 사회적 협동조합, 세상을 디자인하는 사람들, 블록체인기반 지역화폐 협동조합 등 과학자와 시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민간 단체의 확산이 리빙랩 사업 확대와 상호작용하며, 과학기술과 시민이 만나는 기회와 방식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바야흐로 시민과학, 시민연구원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자와 시민의 만남과 소통은 좀 더 쉽게, 많이 이뤄져야 한다. `시민은 혁신 주체`라는 인식이 있어야만 지역에서 힘겹게 성장하는 활동가들이 시민과학과 시민연구원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 과학기술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이 행정과 사회변화에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확대해가야 한다. 대전이 과학기술의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진정한 제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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