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회화의 모험 :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이샛별, 스키너 4, 2018
이샛별, 스키너 4, 2018
최근 들어 독창적인고 개성이 뚜렷한 회화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한국현대회화의 흐름을 조망하는 특별 주제 그룹전이 열려 관람객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국립현대미술관청주관은 2020년 3월 29일까지 기획전 `현대회화의 모험: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를 5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급변하는 세상 속 `현대미술`의 개념이 무한 확장된 이 시대에, 가장 보수적이며 전통적인 매체인 `회화(繪畵)`, 즉 캔버스나 종이 등의 평면 지지체 위에 유화, 아크릴, 수채 등 다양한 물감을 이용해 작가의 아이디어와 개념을 구현(묘사)하는 행위가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전시에 참여한 17명의 작가들은 미술관 기획전시실 내외부 공간과 로비, 개방수장고 유리외벽 등 다양한 공간에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이들은 `회화`라는 전통적 매체를 창의적인 시선으로 해석하고,`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자신들만의 `회화`세계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그들만의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전시 부제인`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오롯이 단독자로 세상과 마주하는 예술가들의 운명과 자신들만의 `회화`세계를 찾기 위해 나아가는 굳은 의지를 상징한다. 가족, 친구 그 누구와도 함께할 수 없는 외롭고, 적막하며 좁은 가시밭길이다. 하지만 예술가는 그 길을 주저 없이 선택하고 나아간다. 그래서 예술은 위대한 것이다.

20-30대의 젊은 작가 17인은 이번 전시를 통해 각자의 개성을 뽐낸다.

권순영은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희생양이 된 약자들 즉,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고통과 연민, 그리고 애도의 마음을 다양한 캐릭터들로 형상화한 회화작업을 보여준다. 박경진은 거대한 무대와 세트장의 풍경과 그 속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모습을 묘사한 회화로 그가 생계를 위해 지속하고 있는 영화, 뮤직비디오 세트 조성 아르바이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서고운은 초현실적인 풍경 속에 세밀하게 묘사된 죽음과 소멸의 흔적을 보여주는 회화로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냉철하게 제시한다. 안두진은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원리)를 지칭하는 `이마쿼크` 라는 단어를 통해, 선면, 색채의 생성원리로만 구성된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풍경화를 보여준다. 안지산의 회화 장르의 고유한 특성인 색채와 물질성, 3차원 이미지의 2차원적인 표현 등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양유연은 눅눅하게 가라앉은 색채와 어두운 그림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의 모습들이 등장하는 양유연의 회화는 일상의 시간과 공간 속에 감춰진 불안과 두려움, 낯선 감각을 형상화 한다.

왕선정은 자신이 경험하고 목격한 다앙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발표한 `에덴-劇` 연작은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자유로운 표현과 원색의 채색 속에 성서의 이야기를 빗대어 가정 속 폭력과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우정수는 수많은 지식과 지혜가 감긴 책 속의 이상들이 현실 속에서 무력화되는 부조리한 시각을 드러내는 드로잉과 회화작업을 시도했다. 이샛별은 자연을 상징하는 녹색의 이미지를 뒤집는다. 인물의 얼굴을 가득 채운 식물들은 번들거리는 장기처럼 욕망으로 가득 찬 녹색, 인간이 손대기 이전의 에너지를 지닌 존재다. 이소연은 날카롭게 찢어진 눈매의 신비로운 소녀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이우성은 주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회적 사건들, 사람들의 반응들을 보면서 화가로서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이를 화면 속에 표현한다. 이호인은 도시의 풍경을 주제로 작업. 화려한 원색의 색채를 통해 밤의 도시와 자연의 극적인 대비가 돋보이는 풍경회화를 보여준다.

장종완은 이상적이고 행복한 미래를 강조, 화려한 색채를 강조하는 종교적 도상이나 꿈과 희망을 예기하는 온갖 신화와 전설, 광고 속 이미지에 대한 시니컬한 냉소와 비틀기를 보여주는 회화작업을 보여준다.

전현선은 모니터 위에 겹쳐진 여러 겹의 창(윈도우) 처럼 시공을 초월한 다양한 이미지들을 묘사한다. 화면 속에 등장하는 원구, 삼각뿔 등의 기하학적인 형상과 자연풍경, 각양의 인물들은 아무런 관계없이 독립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다. 조문기의 작품은 `가족`이라는 껍데기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온갖 추악한 사건들, 외면하고 싶은 비극의 순간을 한편의 블랙코미디 처럼 묘사했다. 최병진은 자신의 그림 속에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과 가족과 일상의 주변에서 접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쏟아낸다. 마지막으로 최수진의 회화는 물감과 붓으로 캔버스 위에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하는 즐거운 에너지를 담아 거침없는 표현의 자유로움과 솔직함이 특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전시 및 작품해설 정기 설명, 전시 기획자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큐레이터와의 만남`, 전시 참여작가들이 직접 작품세계를 설명하는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세한 일정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www.mmca.go.kr)를 통해 공지할 예정이다. 조수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왕선정, 티비가 있는 풍경, 2017
왕선정, 티비가 있는 풍경, 2017
양유연, 붉은못(사냥), 2015
양유연, 붉은못(사냥), 2015
안지산, Memory of cutouts, 2018
안지산, Memory of cutouts, 2018
서고운, 사상도, 2018
서고운, 사상도, 2018
박경진, 엄습(부분), 2019
박경진, 엄습(부분), 2019
권순영 love
권순영 love

조수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