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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조국 수호'가 민심이반 부른다

2019-09-27기사 편집 2019-09-27 0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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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공정과 정의의 가치 무너져

첨부사진1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이 검찰로부터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망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 장관은 사법·검찰개혁을 주도할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Persona)'로 불린다. 그는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터져 나온 각종 의혹에 대해 "위법성은 없다"라고 항변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없다'며 결국 장관 임명을 단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조 장관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 가운데 위법의 결정적 증거를 찾아낸다면 이는 장관 본인의 위기를 넘어 민심 이반과 함께 정권의 급격한 레임덕을 불러올 수 있다.

조 장관 임명을 놓고 벌어진 우리 사회의 진영 간 사생결단의 싸움은 이성과 상식의 자리에 어느 순간 '집단적 광기'라는 유령이 자리 잡고 있다는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순위 1위를 장악하기 위해 벌어진 "조국 힘내세요"-"조국 사퇴하세요"라는 여론 호도 전쟁은 진실을 밝히려는 합리적인 비판과 논쟁이 원천 차단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생각과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합리적 토론을 거쳐 최선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사상의 자유시장(free market of ideas)'은 아주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특히 청와대와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조 장관 임명을 '정권의 운명'과 동일시하는 것처럼 비치면서 조 장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 '반(反) 개혁' 세력으로 낙인찍히는 상황도 벌어졌다. 심지어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은 '내부 총질' '반역자' '프락치' 'X맨' '밀정'등의 악성 댓글과 문자 폭탄에 시달려야 했다. 이는 맹목적인 지지자들이 진실 여부나 사실관계 규명보다는 '밀리면 끝장'이라는 이전투구식 진영 싸움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그가 출근한 사이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 장관 지지자들이 이번에는 '우리가 조국이다'라며 다시 인터넷 포털 실검 띄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에 치유하기 힘든 큰 생채기를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국민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었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과 정의, 신뢰의 가치가 무너졌다. '불법이 없으면 괜찮다'라는 논리를 내세워 개혁의 대상이 개혁을 부르짖는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는 정부의 화두는 조 장관 임명 강행으로 설득력을 잃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와 같이 온라인 사이트의 검색어 운동이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 포퓰리즘과 여론 조작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선전선동의 귀재'로 꼽혔던 나치 독일의 선전상 괴벨스는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다음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믿었던 괴벨스는 선전선동을 통해 유대인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증오를 폭발시켰고, 결국 그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았다.

'조국 사태'로 촉발된 진영 간 이전투구식 싸움은 합리적 중도의 정치적 냉소와 무력감을 증폭시키면서 '일차원적 인간들'의 목소리만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H.마르쿠제는 일차원적 인간을 정치적 선전에 맹종하며, 자기 성찰 능력도 개성도 없는 자동인형과 같은 존재로 설명하고 있다.

'조국 사태'로 정치권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양극으로 쪼개지면서 상식이 실종되고,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갈등이 첨예해지며 중도층의 무력감은 더욱 커져만가는 것 같다. 검찰의 칼날이 점점 조 장관을 향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되돌릴 수 없다면 끝까지 간다' 식의 '조국 수호'를 고집하기보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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