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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눈앞에 다가온 새로운 화폐 주도권 다툼

2019-09-26기사 편집 2019-09-26 08: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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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장호규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2017년 이래 몰아 닥친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광풍이 2018년을 기점으로 꺾인 이후 국내에서는 기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암호화폐(자산)에 대한 관심이 잦아든 상황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산업계를 중심으로 수많은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기반 스타트업들이 나름의 비즈니스 모형을 내세우며 활동하고 있고, 비트코인 및 상당수 암호화폐들은 이미 시장에서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20억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은 자체 암호화폐인 리브라 발행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각국 중앙정부와 은행들은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어떤 법정화폐도 페이스북 사용자를 넘어서는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 즉, 활발한 사용자들이 구축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는 기존 법정화폐에 대한 진지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또 상당수 정부와 중앙은행은 자체 네트워크를 이용하거나 프라이빗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용한 중앙은행 전자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발행할 계획을 세우거나 이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 암호화폐는 일종의 민간발행 화폐다. 역사적으로 보면 민간화폐는 결국 존속에 실패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민간화폐를 발행하는 주체(주로 민간은행)가 화폐의 신뢰도를 담보하지 못했고, 거래의 안정성을 스스로 해쳤기 때문이다. 이는 신뢰도를 담보할 만한 기술력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이런 신뢰도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게 해주었기에 각국 금융당국들은 이를 예의주시하거나 이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 것이다.

최근 선진국 금융당국의 움직임을 보면 한국보다는 훨씬 더 민감하게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특집기사를 통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CBDC를 발행하는 것을 예로 들며 앞으로 도래할 화폐 주도권 다툼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얼마전 미 연준의 연례 심포지엄 행사에서 영란은행 총재 역시 이에 대해서 자세한 언급을 했다.

현재 세계는 기축통화인 달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달러가 워낙 광범위하게 사용되므로 국제 결제시장에서 달러를 이용하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달러 가치 변동에 따라 자산과 부채의 가치가 변동하는 위험도 존재한다. 더 나아가 달러를 사용함으로써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종속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국가가 발행한 CBDC가 지급결제 속도를 크게 향상시키는 것 뿐 아니라 그 화폐를 이용하는 비용까지 대폭 저렴하게 해 유용성을 입증한다면, CBDC는 달러 종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상당 수 기업들과 국가들에 훌륭한 대체재가 된다.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중국은 중국인민은행을 통해 당장 올해 말이나 내년초 CBDC를 발행한다고 한다. 중국과 밀접한 국가 간에는 이 화폐가 달러에 대한 대체재가 되므로 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감시체제를 벗어나고자 하는 많은 중국 국민들과 투자자들이 위안화를 벗어나 다른 암호화폐에 대한 수요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좋든 싫든 전세계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화폐를 목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 유용한 사용케이스(use case)를 입증한 암호화폐나 암호자산들은 서서히 경제 속에서 실제 사용되게 될 것이다. 결국 달러의 패권은 조금씩 저물어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미래에 대해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전세계 경제규모 10위권의 한국의 원화 자체가 국제화돼 있지 않은 상황부터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정부나 중앙은행이 향후 전개될 (CBDC포함) 암호화폐 및 암호자산 사용에 대해서 조금 더 열린 자세로 바람직한 정책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암호화폐와 법정화폐는 서로 간에 완전 대체재가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따라서 두 가지가 공존하는 상황을 중심에 두고 정책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호규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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