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홍보실장·경영학박사
정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홍보실장·경영학박사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근무하다 보니 과학자들의 꿈을 종종 들어볼 기회가 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본인이 아이디어를 내서 이룬 연구성과가 상용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과학자의 꿈은 제품으로 실현되는 것이다. 최근 소·부·장이라는 말이 많이 회자된다. 대일 수출규제에 따른 소재·부품·장비와 관련한 이야기다. 이달 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은 그동안 일본을 비롯해 외국의 부품을 사다가 쓰는 경우가 많았던 우리나라 센서시장에 한 획을 그을 만한 기술개발에 성공, 상용화를 이뤄냈다. 바로 음장(音場) 센서다.

이 센서는 소리가 미치는 영역, 사운드 필드(Sound Field)와 관련되는 센서다. 이 센서는 소리의 특성인 회절, 반사현상을 이용해 센서를 만들었다. 음파는 온도에 따라 소리의 속도가 달라진다는 개념을 활용한 것이다. 음장 센서내 내장된 스피커에서 음파를 발생시켜 음장을 만든 다음 음장의 변화를 마이크로 받아 알고리즘을 분석한다. 마치 귀뚜라미 울음소리처럼 `끼룩끼룩` 소리를 내면 음파가 퍼지면서 장애(침입·화재)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적외선 센서(PIR)의 경우, 인체의 열을 이용하기에 특정 방향에서 사각지대가 있었다면 음장센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정 공간 내 침입이나 화재와 같은 움직임이 있으면 금방 잡아낼 수 있다. 음장 센서는 이처럼 여러 개의 보안 센서를 통합한 이상적인 센서다. 그래서 최근 많이 보급되고 있는 AI스피커에도 적용하기 쉽다. 예컨대 주인이 밖으로 외출 시 음장 센서가 탑재된 AI스피커에 "보안모드 켜줘"라고 말하면 귀뚜라미 소리가 나면서 보안모드로 바뀌며 집을 지킨다. 이처럼 센서는 부재중이거나 보안이 필요할 때만 켜면 된다.

음장 센서 내부는 마이크, 스피커, 그리고 음장 모듈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CCTV를 통해 눈으로만 지켰다면 이젠 귀를 통해서도 보안을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 센서는 방범은 물론 화재감지도 효과적이다. 초기 화재가 발생해 급격한 온도변화가 감지되면 재빠르게 알려준다. 기존 화재 감지센서는 화재 여부를 감지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음장 센서는 사각지대 없이 50초 내에 감지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 기술은 문이나 창문이 열리는 등의 침입 시도 감지와 적외선이나 열선을 이용한 감지, 화재감지 등 세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최초의 센서다.

ETRI 연구진은 최근 들어 독거노인이나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최적의 센서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연구진은 간단한 부품에 착안, 다양한 모델의 센서를 만들고 있다. 즉 하드웨어 형태의 센서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형태로도 기존 센서나 AI스피커에 탑재할 수 있어 범용성이 크다. 연구진은 이 센서를 시큐웍스라는 연구소기업을 통해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9월 중 서울 낙원상가에서 필드 테스트를 거쳐 10월 초 시생산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과학자들의 꿈이 이 기술과 같이 상용화라는 날개를 달아 널리 실현되길 바란다.

정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홍보실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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