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공평하지 않다. 운동장처럼 광활한 초고층 아파트의 발코니에서 조망한 도시 풍경은 안온하지만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일상은 천양지차다. 당신이 한적한 카페에서 연인과 오후의 햇살을 만끽하는 동안 도시 저편 대형 복합상가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흙더미가 무너져 건설 노동자가 목숨을 잃기도 한다. 당신이 어느 뷔페 식당에서 무슨 음식으로 빈접시를 채울까 고민하는 순간 한 평 남짓 쪽방의 독거 노인은 어제 먹은 한 끼를 떠올리며 암장 같은 오늘을 겨우 버틴다.

미끄럼틀과 시소 등 기존의 틀에 박힌 시설물이 아닌 가공하지 않은 자연 소재에 물놀이 공간까지 갖춘 야외 놀이터를 누비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녹슨 그네나마 감사한 아이들이 있다. 한 도시에 살지만 삶은 결코 하나로 수렴되지 않고 균질하지도 않다.

천안의 `아동친화도`를 보자. 올해 한 기관이 실시한 천안시 아동친화도 설문조사 결과 3점 척도에서 동지역의 `안전과 보호` 항목 평균은 2.45점이었지만 읍면은 2.24점에 그쳤다. `보건과 사회서비스`도 동지역 평균(2.31점)이 읍면의 평균(2.24)을 앞질렀다. 일부 세부 문항의 친화도 격차는 더 컸다. 놀이와 여가의 세부 문항 중 `집 근처 안전한 놀이장소`에 대한 동지역 평균은 2.67점이었지만 읍면은 2.47점에 불과했다. 집 근처 안전한 놀이장소의 체감도는 서북구 2.68점, 동남구 2.52점으로 읍면과 동 뿐 아니라 도심 격차도 반증했다. 사는 곳이 차별을 잉태하는 셈이다.

차별 시정의 일환으로 천안시는 유니세프 인증 아동친화도시 조성사업에 나섰다. 천안시 조례에 따르면 아동친화도시는 불평등과 차별을 없애고 모든 아동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며 실현되는 도시다. 우리나라는 지난 7월까지 82곳 지자체가 아동친화도시를 추진, 37곳이 인증을 통과했다. 천안시는 2021년 상반기 인증 목표이다.

유비쿼터스도시, 안전도시, 건강도시 등 그동안 도시를 수식하는 용어나 인증은 많았지만 내실은 기대에 못 미친 경우가 잦았다. 아동친화도시는 이런 우려를 씻을 수 있을까? 아동은 어른의 오래된 미래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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