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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도 하지 마라

2019-09-25 기사
편집 2019-09-25 16:00:24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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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마뚜마] 김병섭 지음/ 도서출판b/ 159쪽/ 1만 원

첨부사진1암마뚜마


김병섭 지음/ 도서출판b/ 159쪽/ 1만 원



'꿀꿀한 꿈자리 묵새기며 새끼낮부터 오목을 둔다/ 담방덤병 일할머리없이 돌을 부리다보니/ 원님이 좌수 볼기 치듯 해구멍 막기에 마침가락인데/ (이하 생략)'

충남 태안 출신 김병섭(57) 시인은 서산·태안 말 수집가다.

그가 쓴 시엔 토박이 말이 그대로 담겨있다. 토박이 말은 그네들 삶의 터전의 말이고, 현장의 말이다. 수천 년을 이어온 그 땅의 말, 할아버지의 말, 부모의 말이다. 때론 그가 직접 말을 만들기도 한다.

첫 시집 '봄눈'에서 충남 서부지역인 태안·서산 말투, 지역 사투리로만 시를 쓴 그가 두 번째 시집을 냈다.

그의 두 번째 시집 제목 '암마뚜마'는 '아무 말도 하지마라'라는 의미의 사투리다. 총 4부로 구성돼 42편의 시가 실려 있다.

지역 사투리는 서울 지역 말인 표준어에 밀려 이제 서양의 라틴어만큼이나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돼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시 쓰기에는 자신의 선조들의 말이면서 자신 또한 어려서 사용한 말들이 사라져가고 있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많이 묻어 있다.

시인은 친절한 시를 쓰고 싶지만 사투리는 어렵다. 시집 전체가 언뜻 봐서는 무슨 말인지 모른다.

시인은 친절히도 시 편편마다 사투리에 대한 사전적인 정의를 달아 놓았다. 왼쪽 페이지엔 시가, 오른쪽 페이지엔 해당 낱말을 풀어 쓴 뜻풀이가 담겨있다. 주로 국어대사전에 실리지 않은 낱말 뜻풀이다.

그의 시엔 언어에 대한 편견이 없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너는 참견하지 마!'라는 선언의 의미도 있고, '저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너는 참견하지 마!'라는 만류의 의미가 동시에 있는 '암마뚜마'를 제목으로 쓴 것부터 그렇다. 그의 시어는 상호주체성이 인정하고 강조되는 말이다.

시인은 "토박이말은 우리 말이고 수천 년 이어온 삶의 기반인 밑뿌리 말"이라며 "사투리는 지역 노인들만 쓰는 말이 아니다. 지역 문화이고 삶이다. 그런 삶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시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순우리말이나 사투리 사용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글자 하나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서산과 태안의 가장 낮은 데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그려져 말로 나온다. 그 입말을 소리 내서 천천히 읽어볼 일이다.

한편 시인은 '글마당사람들'과 '서산노동자문학회'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2001년 제10회 전태일문학상을 받았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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