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 김상준 지음/보아스/ 280쪽/ 1만 4000원

우리는 모두 이성을 가진 인간이지만 이성보다는 감정에 좌우될 때가 더 많다. 또한 내 몸, 내 마음, 내 삶인데도 내 뜻과 의지대로 될 때보다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신화를 봐도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바보스러울 만큼 순진하게 위험한 사랑에 빠지고, 선과 악으로 대립하고, 아집과 탐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들은 우리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원형을 원색적이고 거짓 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신화는 비록 신들의 이야기이지만 인간의 원형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이야기다.

이러한 신화를 차용하는 장르가 있다. 바로 영화다. 영화가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영화 속 이야기가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인간 마음속의 원형을 자극해야 하므로 자연히 인간의 원형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신화를 은연중에 영화 속에 변형해 등장시키거나 차용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신화와 그것을 차용한 영화는 우리 인간의 감정과 삶을 고스란히 함축하고 있는 거대한 메타포다.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은 신간 `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은 거꾸로 영화를 신화로 환원한다. 시간이 흘러도 명작으로 인정받는 19편의 명화와 관련 신화를 아우르며 우리 누구나 삶에서 맞닥뜨리지만 반드시 돌아보아야 할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한다. 영화를 신화로 환원하면 복잡한 줄거리는 단순해지고, 이야기는 몇 개의 자극적인 원형으로 압축된다. 이때 우리는 왜 그때 그 영화를 보고 흥분하고, 분노하고, 만족스러워하고, 눈물을 흘렸는지 알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마음속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원형과 마주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과 문제를 통해 우리 자신의 삶을 조망해보고 더 나은 답을 구할 수 있다.

제1장 `자아를 찾아서`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페르소나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에게 맞지 않고 잘못된 페르소나를 벗는 방법은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해 보는 것이다.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이것이 정말 나의 생각인지, 아니면 남들이 부여한 사회의 가치관인지를 분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자기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영화 `마스크`와 `트루먼 쇼`에서는 주어진 삶과 자신답게 살아가는 것 사이의 균형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뮤리엘의 웨딩`에서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통해 주입된 열등감과 우월감에 대해 생각해본다. `풀 몬티`에서는 가부장제가 비단 남자들만 억압하는 것이 아닌 무너지는 가부장제하에서 `남성다움`의 사회적 가치관으로 인해 고통받는 남성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년 고개에 접어든 가장이 어느 날 이유도 없이 갑자기 증발하는 사건이 일어나곤 한다. 집안을 이끄는 가장의 위치, 자식을 위해 끝없이 헌신하는 아버지의 위치, 회사의 실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상사의 위치 등 여러 가지 페르소나가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무게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겨워 모든 가면을 벗어둔 채 빈 몸으로 떠나버리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자신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나는 지금 어떤 페르소나를 쓰고 살고 있는가? 나는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가?"

제2장 `시련을 건너는 법`에서는 누구나 맞닥뜨리게 되는 삶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누구나 달콤한 인생을 꿈꾸지만, 대부분의 인생은 오히려 고통스럽고 괴로운 순간이 훨씬 많다. `달콤한 인생`에서는 제목과 달리 비극적 삶으로 마감하는 주인공 선우를 통해 충성과 성실을 다하는 삶이 때로 보상받지 못했을 때 느끼는 배신감과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와일드`, `밀양`을 통해 소중한 사람을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졌을 때 그 감정을 극복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3장 `사랑의 의미`에서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느끼는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현대에는 금기시 되는 동성애가 고대에는 보편적이었던 이유에 대해 말한다. 먼저 영화 `굿 윌 헌팅`에서는 감정에 상처받아 이성으로 무장한 헌팅을 통해 우리 삶에서 감정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12몽키즈`에서는 너무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본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는 고대 그리스에서 동성애가 성행했던 이론적인 근거인 플라톤의 `향연`을 살펴보고, 사랑이 비단 남녀 사이의 감정이 아닌 사람과 사이의 감정이라고 할 때 동성애에 대한 혐오는 또 하나의 편견일 수 있음을 말한다.

제4장 `인간 내면의 본능과 욕망의 그림자`에서는 욕망의 억압과 분출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한다. 또한 무의식, 잠재의식 등 보이지 않지만 우리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5장 `삶이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여정`에서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삶이란 무엇인지 철학적 고찰을 해본다. 또한 생명 연장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을 알아보고 노년에도 질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본다.

삶은 어느 누구에게도 친절하지 않고, 때로는 혹독하지만 그 이면에 깔린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한다면 좀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주어진 삶을 잘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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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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