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미 대전대 교수
조정미 대전대 교수
국민의 행복지수를 이야기할 때, 가장 객관적인 것이 평균수명이다. 정확히 말하면 기대수명인데, 그 해의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기대수명(Life expectancy at birth)`이라고 한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85.7세로 남성보다 6년을 더 오래 산다. 게다가 2030년이 되면 여성은 90.8세, 남성은 84.1세로 각각 세계 1위가 된다고 한다. 이것은 한국의 보건·위생 개선과 의료·복지 발달의 척도이고, 바람직한 전망이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남녀수명 차이가 더 증가할 뿐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때 남녀 간 수명 격차는 지금보다 더했다. 6·25 전쟁 직후 4세 정도였다가 1970년에는 7.1세, 1985년에는 8.6세까지 치솟았다. 전쟁으로 남자들이 전사한 혹독한 시기보다 두 배나 늘어났다는 것은 아무리 이유를 붙여 보아도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그 시절 남성들이 받았을 스트레스가 사망률로 연결됐을 것이 자명하다.

강의시간에 이 예를 들며, 남녀의 수명에 이렇게 차이가 벌어지니 어떤 대책을 세우면 좋겠는가 라는 질문을 해봤다. 그중에서 가장 창의적(?)인 답은 `6세 연하인 남편과 결혼한다`였다. 여자는 3년 정도 연상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상례이니, 이대로 간다면 말년에 10년은 혼자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라서 그렇단다. 학생들과 함께 오랫만에 재미있게 웃었지만, 심각한 일이다.

비슷한 사례로 한때 남녀의 성비 불균형이 사회문제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남녀 성비가 거의 120대 100 까지 치솟았던 적이 있었다. 90년생 말띠 딸을 둔 부모들은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이것 역시 남아선호 사상과 산아제한이 빚어낸 비정상적인 현상이었다. 그럼 이 시기에 태어나 지금 성인이 된 이들의 성비는 어떻게 되었을까? 예상외로 현재 2030 세대의 성비는 남 105에 여 100으로 맞춰졌다. 이렇게 진행되면 몇 년 뒤에는 결혼적령기 남녀비율이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전쟁도 없었고, 사회 인프라가 확장된 이 시점에서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1차적으로는 유년기 남자 인구가 줄었기 때문인데, 생물학적으로 남성이 생존에 취약한 것은 모든 동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어서 성장할수록 남자는 사망률과 자살률이 높아지고 국방의 의무, 취직 등 성인이 되면서 스트레스 요인이 늘어난다. 게다가 속도, 과로 등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이 남자다운 것으로 조장되며, 술·담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결정적으로 고령으로 갈수록 여성 인구수가 남성을 크게 웃도는데, 이것은 남성의 누적된 생활습관이 사망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유가 있다면 해결 방법도 있을 것이다. 남성의 수명 증가를 위해 분위기를 바꿔야 할 때가 된 듯하다.

그리스 신화 속의 거인 아틀라스는 제우스로부터 평생 지구의 서쪽 끝에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으라는 형벌을 받았다. 이것에 빗대어 `아틀라스 증후군`이라는 표현까지 생겨났다. 현대의 남성들은 유사 이래 당연한 부양의무와 함께 완벽한 아버지와 남편의 역할까지 종용받아서 `하늘을 짊어진 것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아틀라스의 무거운 짐을 나눠 분담할 시대가 되지 않았을까? 이것은 피상적인 남녀평등에 대한 지적이 아니다. 인간의 의무와 책임이 인간 공동의 일이며, 이를 잘 수행하는 것이 인간 존엄성의 구현이라는 의미이다. 대학에 진학한 여성 비율은 이미 남성을 앞지르고 있다. 대학 진학률 상승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유례없는 교육열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이미 여성들은 그 준비가 돼 있다. 아마 아틀라스도 자신을 도와 같이 하늘을 떠받칠 여신들이 등장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조정미 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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