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숙 송간초등학교 교장
한진숙 송간초등학교 교장
사각사각 솔바람 소리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오늘따라 더 크고 다정하게 들린다.

4년 전 공모교장이라는 무거움과 설렘으로 송간초와 인연을 맺었을 때, 때늦은 산모기와 잡목으로 우거진 솔숲을 헤매며 독충과 뱀으로부터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부임 전 멘토교장으로부터 들었던 그 솔숲은 체육관을 짓기 좋은 장소라 해 살펴봤더니 체육관을 짓기엔 경사도 심하고 운동장도 희생해야 할 듯했다.

그러던 중 운영위원장으로부터 솔밭은 졸업생들의 추억이 서린 공간이라는 말을 듣고 이곳을 우리학교의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 모든 교육가족이 머리를 맞댔다.

초가을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숲속 여기저기에서 전기톱과 예초기 소리, 학부모들의 웃음소리로 학교는 생기가 넘쳤다. 요란한 기계 소리와 함께 잡목과 풀이 제거되고, 여름내 기승을 부리던 모기와 뒤엉켰던 가시덤불은 솔숲을 떠났다. 그 자리에는 살랑살랑 초가을의 바람과 상쾌한 솔내음이 찾아왔다.

소나무 아래에서 함께 작업한 우리 모두는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기쁨과 뿌듯함으로 행복했다.

솔숲이 돌아온 얼마 뒤 기회가 왔다. 충남도교육청에서 딱딱하고 건조한 학교 공간을 학생 중심의 행복공간으로 조성하고자 야심차게 시작하는 `행복공간조성사업`이 우리를 찾아온 것이다.

"아! 이것은 우리 솔밭을 위해 만들어진 사업이구나"라는 생각으로 교육가족 모두의 의견을 모아 지금의 솔숲생태교실을 조성했다.

자연만큼 좋은 교육환경은 없다. 소나무 사이로 야자매트길을 조성하고, 모여 앉아 다양한 학습활동도 할 수 있는 널찍한 나무데크와 파고라도 설치했고, 원목그네와 벤치도 자리를 잡았다. 화룡점정으로 생태교실 강사로 오신 한 교사의 집으로 쳐들어가 얻어온 상사화와 꽃무릇을 심으니 비로소 송간초 행복공간으로 마무리됐다.

솔숲은 북유럽의 초등학교를 탐방하며 부러움에 늘 생각해왔던 `자연과 소통하는 학교`로 다가가는 징검다리가 됐다. 지금은 아침에 등교해 한 바퀴, 점심 먹고 한 바퀴 거니는 산책길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이야기 샘터로, 소나무가 내뿜는 향기로 힐링하는 쉼터로 자리 잡아 송간 교육가족은 물론 마을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듬뿍 받는 장소가 되었다.

솔숲사이로 자리잡은 산책로 주변에 심은 다홍빛 꽃무릇이 수줍게 피어나던 어느 날 나는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전날 밤 세차게 불던 바람 덕분에 노랑 솔잎이 부드러운 양탄자로 변했고 양탄자 사이로 피어 오른 다홍빛 꽃 쉼터로 올라 선 순간 나도 모르게 "와!"하는 감탄을 자아냈던 그 아름다운 순간, 정말 믿을 수 없는 풍경에 넋을 잃고 한참동안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우리는 독충과 모기, 잡목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걱정했던 공간이 목적을 갖고 학부모와 학교가 함께하자 추억과 웃음이 있고 행복이 넘치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기쁨을 체험할 수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지금은 비록 새싹으로 어떤 꽃인지 나무인지 알 수 없지만 적절한 환경 속에서 주변의 물과 거름을 빨아들이고 자신에게 필요한 양분을 만드는 활동을 통해 아름다운 꽃이 피고, 때로는 열매를 맺으며 그 이름에 걸맞는 존재로 자라날 것임을 나는 믿는다. 이번 가을에도 그림 같던 그 모습을 꼭 감상하러 올 것이다. 한진숙 송간초등학교 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