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확인됐다. 화성살인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가 성폭행 뒤 살해된 사건이다.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어제 10차례 사건 가운데 5차, 7차, 9차사건 증거물에서 찾아낸 DNA를 통해 용의자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첫 사건 발생이후 33년이 지나서야 범인의 실마리를 찾게 된 셈이다. 당시엔 불가능했던 DNA 분석이 진일보한 과학수사 기법으로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미 13년 전 마지막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 범인이 잡힌다 해도 처벌이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수사를 벌여온 경찰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국민적인 관심과 공포를 불러왔던 화성살인사건은 많은 기록도 남겼다. 사건에 동원된 경찰 연인원이 205만여 명으로 단일사건 중 가장 많았다고 한다. 수사대상자가 2만1000여명, 지문대조자도 4만100여명으로 최고기록이다. 8차 사건의 범인이 잡혔지만 모방범죄로 밝혀졌다. 2003년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로 제작돼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졌고 공소시효도 만료됐다. 그럼에도 경찰이 당시 수사기록과 증거물을 보관해왔고 범인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아직도 전국엔 범인을 찾지 못한 미제사건이 수두룩하다. 대전만해도 1998년 갈마동 여중생 살인과 2001년 둔산동 은행 강도살인 등 6건이나 된다. 충남 역시 2004년 서천 카센터 화재살인 등 9건이, 충북에선 14건이 미제로 남아있다. 피해자와 가족들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범인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증거가 부족하거나 있다 해도 한계에 봉착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화성사건의 용의자 특정은 장기미제 사건에 대한 해결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경찰의 집념과 노력, 수사기법이 병행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남아있는 장기미제사건도 조속히 규명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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