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충남대학교 교수
김민규 충남대학교 교수
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의 학생만족도에 대한 결과는 기성세대의 예측을 크게 벗어나는 이슈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농학계 대학생들의 부모는 아이가 농업계 대학에 다닌다고 자랑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만 정작 농업대학의 학생들의 만족도는 대학 내 상위수준에 있다는 결과는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능성적에 따라 대학을 지원했지만 막상 대학에 진학하고 보니 자신이 생각하던 기존 농업에 대한 고정관념보다는 생명공학을 접목한 첨단농업을 경험하고 있음을 실감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농업직 공무원을 지낸 이상득 옹(翁)의 블로그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90세가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먹거리를 위한 농업행정을 아쉬워하는 글이었다. 그는 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이 감액됨을 한탄하며 농촌행정을 계륵농정(鷄肋農政)이라는 표현을 쓰며 농업에 대한 푸대접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18세기 박지원은 과농소초 농도편(農道篇)에 "사람이 농사를 지으면 순박해지고, 순박해지면 부려먹기 쉽다"고 했다. 인격의 존중보다는 농업인에 대한 천농, 천민관이 지배적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21세기의 농업은 분명히 다르다. 농업에 바이오기술(Biotechnology)이 도입되면서 급진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최근 들어 이를 `그린바이오(Green-Bio)`라 칭하며 안전한 먹거리 생산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농생명소재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린바이오기술은 인구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의 먹거리 해결과 함께 자원고갈에 따른 바이오에너지 생산, 고령화시대의 건강관리를 위한 영양개선 및 의약소재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율은 23.4%로 식량안보차원에서 그린바이오기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고령화시대에 농업관련 노동력 문제(2017년 기준 65세 이상 40.3%), 쌀 소비감소에 따른 주곡 생산기반 붕괴 등 여러 위협요소를 가진 우리 농업의 어려움 해결에 이 기술의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자원선점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독일의 바이엘, 중국의 켐차이나 등 거대기업들은 세계 종자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할 만큼 그린바이오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우리도 LG화학이 국내 1위 그린바이오기업인 팜한농을 인수하고, 바이오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바이오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0조 9000억 원으로 세계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60%대를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그린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연구 및 개발비 투자는 물론이고 다양한 기술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1년 70억 명을 돌파한 세계인구는 2025년 80억 명을 넘어 2040년쯤에는 9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10년간 중국처럼 개도국의 육류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식량요구량 증가 속도는 인구증가 속도를 크게 상회하는데, 개도국의 도시화와 자연재해에 의한 침식 등으로 유효경작지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그린바이오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반 작물 대비 높은 생산성과 각종 병충해에 강한 내성에 있다. 이런 특성을 가진 종자 개발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같은 노동력을 투입했을 때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이며, 무엇보다 그린바이오기술이 적용된 신품종의 작물들을 빈곤국가의 농업 산업을 지원함으로써 식량불균형 해소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 팜, 종자산업, 바이오식품에 IT, BT 등 첨단기술이 융복합되어 미래성장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농업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대학과 기업들도 새로운 융합파트너십, 벤처투자, 오픈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최신 기술역량 확보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수출확대 등 존농입국(尊農立國)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 시기이다. 또한 우리 정부는 인구고령화, 지구온난화, 융복합화 등에 따른 농업의 가치전환과 이를 대응하기 위한 연구투자 구조 전환 및 비즈니스 모델 강화 등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민규 충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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