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문학과지성사/ 344쪽/ 1만 4000원

빛의 과거
빛의 과거
은희경이 7년 만에 신작을 냈다.

2012년 소설 `태연한 인생` 이후 은희경은 오랫동안 쓰고 고치며 여덟 번 째 소설을 냈다.

소설은 기억의 재편에 대한 이야기다.

1977년부터 2017년까지 한 기숙사에서 만난 여성들의 미묘한 관계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다름`과 `섞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다룬다.

2017년의 `나`는 작가인 오랜 친구의 소설을 읽으며 1977년 여자대학 기숙사에서 한 때를 떠올린다. 같은 시간을 공유했지만 서로가 기억하는 `그 때`는 너무나 다르다.

타의에 의해 임의로 배정된 네 명이 한 방을 쓰는 `임의`의 가벼움에 비해 서로 주고 받는 영향은 터무니없이 큰 기숙사 룸메이트들은 같은 인물이나 사건을 다르게 기억한다.

출신 지역과 계층적 배경, 성격의 단단하고 무른 부분과 은밀히 간직한 비밀까지 철저히 다른 기숙사생들이 막 사회에 던져져 한 사람의 성인으로 빚어지던 때는 독재 정권이 가장 강경한 시대였다.

젊음은 폭압 속에 방향을 가늠하고, 여성이기에 그 가늠은 이중적으로 어렵다.

무엇보다 회피를 무기 삼아 살아온 한 개인이 어제의 기억과 오늘을 넘나들면서 자신의 민낯을 직시해 담담하게 토로하는 내밀한 문장들은 삶에 놓인 인간으로서 품는 보편적인 고민을 드러내 우리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소설은 인물들이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닥친 것을 40년을 오가며 조망한다.

이 은유는 너무나 정교해 완벽히 조각된 가구가 못 없이 결합하는 모습을 감탄하며 바라보는 것과도 같은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 때 그 시절`의 이야기는 `은희경`이라는 필터를 거쳐 `오늘, 나`의 이야기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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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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