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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청춘들 위로하는 영화 '아워바디' '메기'

2019-09-18기사 편집 2019-09-18 13: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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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소재·톡톡 튀는 재기발랄함 돋보여

첨부사진1'아워바디' [영화사 진진 제공]

삶과 사람들에 지치고, 불안한 미래에 흔들리는 청춘들을 위로하는 한국 영화 3편이 오는 26일 극장을 찾는다. 저예산 독립영화지만, 참신한 소재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 과감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우리 삶과 사회에 대한 성찰도 담긴 휴식 같은 영화다.

'아워바디'(한가람 감독)는 8년 차 행정고시생 자영(최희서 분)이 달리기를 통해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컴컴한 방구석에서 시험 준비에 몰두하던 31살 자영은 구질구질한 삶에 환멸을 느끼고 시험을 포기한다. 공부와 삶에 지쳐있던 그 앞에 어느 날 달리기하는 여자 현주(안지혜)가 나타난다.

늘씬한 몸매, 건강한 기운이 풍기는 현주에게 매료된 자영은 그날부터 뛰기 시작하고, 조금씩 달라지는 몸과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몸은 가장 정직하다. 8년간 매달려도 결과를 알 수 없는 시험이나, 공식이 따로 없는 삶과는 다르다. 달리면 달리는 대로 땀을 흘리고, 변화해간다. 눈앞에 곧바로 확인되는 성취감을 발판삼아 자영은 달리고 또 달린다.

영화는 자영이 달리기를 통해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따라간다.
'아워바디'

[영화사 진진]
'아워바디'

[영화사 진진]


물론 몸이 좋아졌다고 자영의 삶이 달리기 코스처럼 직선처럼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자영은 큰 슬픔을 겪고, 건강한 몸은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자영의 자아는 이미 단단해질 대로 단단해져 타인의 시선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 시선에서 해방돼 오히려 편안한 웃음을 짓는다.

주연을 맡은 최희서 연기가 잔상에 남는다. '박열' 속 이미지는 없다. 무기력함, 쓸쓸함에 짓눌려있던 그의 얼굴은 뒤로 갈수록 환하게 빛난다. 세밀한 감정이 스크린 밖으로도 전해져 그의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게 만든다.

자영의 선택이나 결말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러나 자영의 삶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영화가 끝나면 '나도 오늘부터 달려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이 많을 듯하다.
'아워바디'

[영화사 진진]


제43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부문에 공식 초청돼 호평받았고, 지난해 부산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후보에 오른 최희서는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한가람 감독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한 감독은 "20대 후반에 주변에 많은 친구가 운동하기 시작했다. 바쁜 일생 속에서도 시간을 내서 치열하게, 절박하게 운동을 하는 이들을 보니 운동을 하는 이유가 단순히 몸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풀리지 않는 답답함, 좌절감 같은 것을 해소하기 위해서인 것 같더라. 그런 고민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워바디'

[영화사 진진]


영화 '메기'는 올해 선보인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독특한 질감을 띤 작품이다. '미스터리 펑키 코미디'라는 장르로 소개되지만, 딱히 장르를 구분하기 어렵다. 한편의 동화 같기도, SF 물 같기도 하다.

19금 엑스레이가 등장하고, 메기가 화자며, 싱크홀이 등장한다. 도저히 엮일 것 같은 이야기가 믿음이라는 큰 주제 아래 신기하게도 하나의 실로 꿰어진다.

기존 서사 문법에는 한참 벗어나 있다. 신선하고 재기발랄하지만, 때로는 낯설거나 황당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메기'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는 마리아사랑병원에서 남녀가 성관계하는 장면을 찍은 엑스레이 사진 한장이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병원 사람들은 그 사진이 어떻게 찍혔는지보다는 사진 속 남녀가 누군지에만 관심을 쏟는다.

간호사 윤영(이주연 분)과 남자친구 성원(구교환)은 자기들이 사진 속 주인공일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이튿날 병원 사람들이 모두 이런저런 이유로 출근을 하지 않자, 윤영을 소문의 주인공으로 의심하던 병원 부원장(문소리)은 이제 병원 사람 모두를 의심한다.
'메기'

[엣나인필름 제공]


이후에는 윤영과 성원 사이의 믿음과 불신에 관한 이야기 등이 새롭게 등장한다. 화자는 병원 환자가 키우던 어항 속 메기다. 메기의 눈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신인 이옥섭 감독은 어항 속 메기에 대해 "어딘가 자연스럽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떻게 믿음이 쌓이고 깨지는지, 또 어떻게 다시 조합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 영화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했다. 그런 만큼 청년 백수, 취업난, 불법 촬영, 데이트 폭력, 인간관계의 균열 등 인권에 대한 다양한 주제가 스치듯 녹아있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 등 4관왕을 거머쥐었다. 배우 구교환의 생활연기가 압권이다.
'애월'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는 26일 개봉하는 '애월'은 제주도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두 청춘남녀 이야기다.

소월(김혜나)은 연인 수현이 제주도 애월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목숨을 잃자 몇 년째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머무른다. 소월과 수현의 친한 친구였던 철이(이천희)는 밴드에서 기타를 치는 뮤지션이다. 밴드가 활동하던 클럽이 문을 닫자 무작정 소월이 있는 애월로 떠난다.

소월과 철이는 애월에서 함께 지내며 지금껏 가슴속에 묻어둔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나간다.

소월이 아르바이트하는 카페 주인 김사장(최덕문), 소월을 좋아하는 한의사(박철민), 낚싯배 양선장(남문철) 등 마음 따뜻한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이들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영화는 두 사람의 일상을 그리며 잔잔하게 진행하지만, 제주도 애월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진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