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묵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건축사사무소 YEHA 대표 건축사
조한묵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건축사사무소 YEHA 대표 건축사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며칠 전 지나갔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 같다. 어린아이시절 새 옷 입을 생각에 하루빨리 추석날 아침이 되기를 바라던 그 시절 이후로 나이가 들면 들수록 명절은 즐거움에서 버거움으로 중심을 옮겨 다가오는 것 같다. 고향마을 선친 묘소 앞에 서면 그런 생각은 더욱 강해진다. 바쁘다는 핑계로 1년에 한번 잠깐 뵙는 죄송함의 생각과 나의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날을 생각하는 삶의 무게가 혼재돼 무거운 마음이 되곤 한다. 여기에 더불어 성묘를 올 때 마다 드는 생각이 하나 더 있다. 묘지 관리와 방문의 어려움에 관한 것 이다. 올해도 벌초를 직접 할 엄두를 못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전문 업체에 맡겨야만 했다. 하지만 묘지를 덮쳐 오는 자연의 힘을 1년에 한번 하는 벌초로는 막아낼 수 없다. 잡초, 야생동물, 독충들은 도시에서 대부분의 삶을 사는 후손들에게는 집에서 묘지와의 먼 거리만큼이나 낯설고 강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런 지리적 환경적 어려움 탓에 살아생전 그렇게 예뻐하셨던 손주들은 성묘에 따라나서길 꺼려하기 마련이다. 건축설계를 하는 사람으로서 성묘를 올 때 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하면 개선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곤 한다. 가족들이 편안히 오래 머물 수 있는 시원한 그늘과 간단한 취사시설, 화장실이 있는 가족묘를 머릿속에 스케치도 해보며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 묘지의 문제점으로 생각하는 것은 앞서도 언급 했지만 위치적으로 시골 산속 오지에 있어 일부러 큰 맘 먹지 않는 한 평소에 찾아오기가 쉽지 않고 둘째는 봉분을 만들고 주변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묘지 형식의 문제로 이제는 더 이상 묘지를 만들 땅도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들을 극복하고 평소에 자주 찾을 수 있는 곳에 묘지를 만들려면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생각부터 바꿔야 하는 커다란 숙제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죽을 수밖에 없지만 죽은 자들의 공간이 삶의 공간에 가까이 자리하는 건 여러 이유로 극도로 싫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다들 영원히 살 사람들처럼 살고 있는 것 같다. 외국영화를 보면 자주 등장 하는 것이 도심의 평온한 공원 같은 묘원에서 장례식을 하는 장면이다.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비석 하나에 관 크기 정도의 석물만 놓인 묘지들이 넓지 않은 간격으로 붙어 있다.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공동묘지가 마을의 집들과 자연스럽게 섞여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집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관리도 잘 되어 있고 항상 생화가 묘지 주변에 잘 가꾸어진 모습으로 피어 있다. 요즘은 현대적으로 잘 지어진 공동묘지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가족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고인을 추억하고 가족사를 논할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이 집 가까이 많이 들어설 수 있어야 한다. 죽음이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라 나도 피할 수 없는 것 이라는 생각을 하며 삶을 살아 갈 때 이 사회는 서로에게 좀 더 관대해지고 겸손해 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해본다.

조한묵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건축사사무소 YEHA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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