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서도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어제 경기도 파주의 한 양돈농장에서 발병이 공식 확인됐다. 돼지에게만 발생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한번 감염되면 치사율이 100%에 달해 `돼지 흑사병`이라고도 불린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나타났고 서유럽으로 퍼졌다가 1990년대 중반 박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동유럽에 전파된 뒤 작년 8월 이후 중국, 베트남, 몽골 등 아시아까지 확산됐고 급기야 지난 5월엔 북한에서도 발생했다. 국내 차단을 위해 방역당국이 애를 썼으나 결국 막아내지 못했다. 돼지열병은 아직까지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걸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유입경로가 문제인데 방역당국은 북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돼지열병은 감염된 돼지 분비물, 오염된 음식물, 야생멧돼지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주 발병 농가는 북한과 불과 7-8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강으로 떠 내려와 바이러스를 전파했거나 멧돼지 사체를 먹은 오소리나 너구리 등이 농장에 접근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생동물에 의한 전파라면 북한과 인접한 다른 지역도 비상일 수밖에 없다. 또한 경기도와 인접한 충청지역 역시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충남은 전국에서 돼지 사육두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돼지열병은 다른 어떤 전염병보다 양돈 농가에 큰 타격을 준다.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긴 마찬가지다. 어제 오후 전국 돼지고기 경매가가 평균 33%나 급등했다. 돼지열병은 잠복기가 21일 이지만 발병 후 일주일이 최대고비다. 초기방역이 추가 발병과 확산여부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전국 양돈농가의 방역이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방역 당국은 바이러스 확산 차단을 위해 전국 가축에 대해 48시간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농가는 물론이고 국민들도 당국의 방역활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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