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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랑] 우리나라의 호랑가시나무 형제들

2019-09-17기사 편집 2019-09-17 07: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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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는 60억 명의 사람이 살고 있고 30만 종 이상의 식물도 함께 살아간다.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빨강색 열매와 함께 여러 톱니를 가진 나무를 보는데 이는 영국 호랑가시나무로 감탕나무과의 한 무리다. 호랑가시나무는 열대와 온대지방에 400종이 살아간다. 우리나라에는 낙엽수종으로 대팻집나무와 민대팻집나무, 상록수종으로 감탕나무, 먼나무, 호랑가시나무, 변산라이어호랑가시나무, 완도호랑가시나무, 꽝꽝나무, 좀꽝꽝나무 등 9분류군이 있다. 호랑가시나무는 중국 상해 일대와 우리나라 서해안의 변산에서 함평, 무안, 해남과 제주도 남서해안에 분포한다. 바닷물 영향을 받는 조간대에서 내륙에 이르기까지 꽤 다양한 서식환경에서 자라는 호랑가시나무는 두 가지 위협에 처해있다. 하나는 호랑가시나무가 햇볕을 좋아하기에 무성해지는 숲에서는 앞으로 버티기가 점점 힘들며 두번째는 사람들의 남획이다. 완도호랑가시나무는 개체의 변이 폭이 아주 커서 앞으로 수많은 새로운 원예품종이 나올 것이다. 자생지로만 판단한다면 호랑가시나무는 아마 우리나라가 분포의 중심지로 형태와 유전 다양성이 가장 다양하다고 믿는다. 최근까지 진도에도 자생했지만 남획으로 자생지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믿는다. 우리나라의 호랑가시나무는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영국호랑가시나무처럼 큰 대접은 받지 못하는 느낌이어서 매우 안타깝다.

2주 전 제주도에 가서 서남해안의 여러 곳에서 호랑가시나무를 채집했다. 채집여행 중 한 초등학교 교정에서 높이 9m에 이르는 완도호랑가시나무를 보았다. 완도호랑가시나무는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 사이의 자연 교잡종이다. 아쉽게도 지역주민은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우리나라 호랑가시나무는 식물학·생태학·유전학적 중요성에도 전북 부안 변산의 호랑가시나무군락지 외에는 사람들의 관심 밖이고 이들의 삶터를 보면 갈수록 열악해짐을 본다. 10년 전 조사한 호랑가시나무 조사 자료와 비교해 보면 이미 완전히 없어졌거나 서식환경이 매우 열악해진 곳이 많다. 우리가 이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으면 불원 간에 우리 땅에서 세계적으로 귀중한 식물자원 하나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에도 조사대대로 살아온 터전이 일시에 없어져 마음의 상처가 매우 심함을 흔히 보는데 호랑가시나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용식 천리포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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