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 일정과 관련해 지역민들의 부정적 여론이 꿈틀대고 있는 가운데 충북 진천군의회가 최근 임시회 본회의에서 군의원 해외연수 예산을 전액 삭감한 사실이 어제 확인됐다. 지방의원들은 기회가 되면 적당히 구실을 붙여 해외연수를 추진한다. 당장 10월 초에 천안시의원들이 출국할 예정이고, 그 뒤를 이어 세종시의원들도 해외연수 대열에 합류한다고 한다. 이렇게 너도나도 `나가자` 하는 판에 진천군의회는 그 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지방의회로선 보기 드문, 신선한 `절제의 미`로 평가된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를 무조건 금기시할 이유는 없다. 밖에 나가서 보고 듣고 해야 의정활동의 질도 높이고 집행부를 상대로 견문과 학습에 기반한 정책적 대안도 제시할 수 있게 되는 까닭이다. 이런 전제조건이 상당히 충족되는 경우라면 그런 해외연수는 용인될 수 있는 노릇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나중에 지방의원들에게 `피드백`되는 무엇이 있다면 굳이 나무랄 것까지는 없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세종시의회 해외연수 건과 천안시의회 연수 건은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해도 외유성 짙은 해외연수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들의 방문국이나 도시, 주요 체류지 등의 동선 연결망을 담은 상세일정을 보면 수긍하기가 어렵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세종시의원들 해외연수 행사는 거의 노골적이라는 인상마저 준다. 시의원들을 UAE 두바이 팀 6명, 호주 브리즈번 팀 6명으로 나눠 6-7일간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며, 더구나 같은 숫자의 공무원들도 동행인지 수행인지 하기로 돼 있어 거창한 행차를 연출할 모양이다.

진천군의원들 행동이 돋보이는 이유는 군정파악·군민봉사가 우선이라는 공적 윤리관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 있다. 군의원 정수가 7명이고 그중 5명이 초선인 미니 지방의회지만, 시류에 휩쓸리는 식의 가벼운 처신을 거부한다는 집단지성만큼은 덩치가 큰 천안시의회나 세종시의회에 뒤지지 않음을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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