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제13호 태풍 `링링`이 역대 5위의 강풍을 기록하며 우리에게 큰 피해를 남기고 서해상을 따라 북한을 할퀴고 지나 러시아에서 소멸했다.

링링은 홍콩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수줍은 소녀`의 애칭이라 한다. 수줍은 소녀의 마음에 어떤 서글픔이 있기에 이토록 큰 상처를 남기고 사라졌을까... 태풍은 자연현상의 일부로만 우리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태풍을 재해로 분류한다면 생각이 달라지며 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또한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럼 우리는 건축물에 관련된 자연재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자연재해는 무척이나 많고도 많다. 자연재해는 태풍, 폭우, 장마, 가뭄, 안개, 지진, 해일, 산사태 등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난을 의미한다. 그리고 태풍, 폭우 같은 자연재해에는 농작물 낙과, 어장파손 등으로 농어민들도 피해를 보지만 지진, 산사태는 일반 시민들의 건축물에도 피해를 주게 된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교회 첨탑붕괴, 건축물의 외장재 이탈, 옥외광고물 이탈, 전신주 및 가로수 넘어짐 등으로 바람으로 인한 피해가 많았다. 시공당시는 안전하였지만 자연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축물을 설계하는 경우 바람에 의한 풍하중을 검토하고 있으나 많은 시민들은 구조부재의 대형화라는 인식으로 전환되어 시공의 어려움 및 비용부담을 앞세워 간혹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번 태풍(바람)에 의한 피해를 보면서 건축인 모두 각성해야 할 듯하다.

지진에 대한 대비는 또 어떠한가. 지진은 땅 속의 화산활동, 단층활동, 지하수 변위 등으로 지각이 일정한 기간 동안 갑자기 흔들리며 움직이는 것으로 지구 전체는 해마다 크고 작은 지진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내진설계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내진설계라 함은 일반적으로 건축물(또는 구조믈)의 동적 특징과 지진의 특성, 건축물이 자리하는 지반의 특성을 고려하여 지진에 안전할 수 있도록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하며 기본목적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보호 및 재산보호이며 안전적이며 경제적인 설계를 지향한다. 2016년 경주(규모 5.8), 2017년 포항지진(규모 5.4)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나온 사항이 있으니 건축물 설계 시 내진설계를 적용하는 것이다.(추후 포항지진은 자연재해가 아니라는 조사가 있었다.)

건축물에 영향을 주는 자연재해가 또 있으니 바로 적설(積雪)이다. 적설은 구조물에 쌓인 눈의 무게로 생기는 외력으로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이를 감안한 건축물의 설계가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일반 경사지붕의 각도(10도)를 급경사각도(30도 이상)까지 고려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울릉도가 대표 적설지역이며 한라산, 지리산 등 해발고도가 높은 산간지방 역시 상당한 눈이 내리지만 주거시설의 비중은 많지 않은 편이다. 적설과 바람에 동시에 노출된 건축물의 경우 적설하중은 더욱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도시처럼 주변 건축물과 보호관계에 있는 지역의 건축물에는 적설시간 동안 건축물

자체 및 주변의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녹는 경우가 있으나 개방된 지역의 건축물은 바람에 의해 눈이 쌓이기도 하여 불균형한 적설하중이 지붕에 가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도시외곽의 건축물 설계 시 적설하중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다룰 자연재해는 동·식물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물(水)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을 꼽으라하면 공기와 함께 물을 선택할 만큼 필수요소이다. 그러나 순수 물로 정의하면 건축물과의 재해관계로 풀이할 수 없을 것이나 장마, 폭우로 바라본다면 금세 자연재해를 인식하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장마라하여 6월 하순-7월 하순에 내리는 비를 생각하며 이 기간에 내리는 비를 가두었다가 갈수기에 사용하기 위해 댐과 저수지 등을 건설하고 이를 적절한 유수량 조절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게릴라성 폭우 및 가을 장마로 바뀌어 많은 피해를 낳고 있다. 건축공사 시 터파기 공사, 건축물 주변 및 대지 안쪽 등 치수를 담당할 배수공사에는 각별히 설계 검토하고 인접한 부지로의 유, 출수 방지도 필요하다.

이렇듯 자연재해는 우리의 건축 환경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건축물만 바라보는 제한적인 시각만으로는 막을 수 있는 것이 없는 듯하다. 건축물은 우리를 외부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는 정작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하지 않으려한다. 안전한 건축물을 위해 건축 관련 종사자 모두가 관심을 갖는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재해는 거스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예방대책과 관심이 최선일 것이다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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