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종시에 있는 것 말고 대통령기록관을 따로 만들기로 한 모양이다. 문 대통령이 퇴임하는 2022년 5월 개관을 목표로 170여 억 원을 들여 `문재인 대통령기록관`을 설립키로 한 것이다. 내년 예산안에 부지 매입비 32억 원을 편성해 문 대통령 고향인 부산에 짓는다는 방침이다. 세종시에 2016년 개관한 통합대통령기록관이 버젓이 있는데도 별도의 대통령기록관을 만들겠다고 해 국민 시선이 곱지 않다.

대통령 임기 중 생산한 기록물은 통합대통령기록관에서 관리하는 게 통상적이다. 세종 대통령기록관에도 역대 대통령의 문서류와 영상, 선물, 간행물, 웹기록 등 총 3132만 507건이 보존·관리되고 있다. 이 곳에는 박근혜 대통령기록물이 1122만 9088건, 이명박 대통령기록물 1089만 9864건, 노무현 대통령기록물이 791만 9261건에 이른다. 그런데도 정부에선 문 대통령 임기의 기록물을 따로 설립된 문재인 대통령기록관에서 보존·관리·열람·활용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개별대통령기록관을 만들려는 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기록물을 담은 하드디스크 사본을 자신이 거주하는 봉하마을로 가져가 불법 반출 논란이 벌어졌던 걸 염두에 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부가 계획한 문재인 대통령기록관은 민간이 세운 대통령 기념관과 연계해 대통령 관련 문화기관으로서 위상을 세우고 관광 자원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자신의 대통령기록관을 만든 사례를 다른 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설득력이 떨어진다. 세종 통합대통령기록관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기록물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의 기록물이 통합 관리되고 있는데도 유독 문 대통령만 개별 기록관을 만들 이유는 없어 보인다. 개별대통령기록관 설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록을 제대로 관리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토록 한 설립 목적에도 빗나간다. 대통령기록관은 세종에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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