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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포럼] 연이은 신약개발 실패에서 얻은 교훈

2019-09-10기사 편집 2019-09-10 08: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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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최근 우리 바이오기업들이 신약개발의 마지막 관문인 임상 3상에서 연달아 성공하지 못하면서 바이오시장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타겟발굴, 후보물질 도출, 비임상, 임상, 신약허가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기간도 10-15년이 걸린다. 지난해 승인된 신약 중 개발완성에 20년 이상 걸린 것도 12개나 된다. 실패비용을 포함한 투자비용도 1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초연구와 임상시험 사이에는 단절, 즉 죽음의 계곡이 존재하며, 후보물질 1만 개 중 신약 승인을 받아 출시될 확률은 1개(0.01%)에 불과하다. 임상단계에 진입했더라도 최종 승인을 받을 확률은 10%에 불과하다. MIT 슬론경영대학원의 앤드류 로(Andrew Lo) 교수팀은 금융공학기법을 이용, 프로젝트당 5%의 성공확률을 가진 150개 프로젝트에 각 2억 달러씩 10년간 총 300억 달러(36조 원)를 투자하는 민-관 메가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이 펀드에서 적어도 2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은 99.6%, 5개가 성공할 확률은 87.5%이고, 2개 이상 성공할 시 기대수익률은 11.9%로 충분한 매력이 있는 펀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결과도 제시했다. 이러한 방식의 위험관리는 포트폴리오 이론에 기반을 둔다. 포트폴리오는 크기와 다양성이 커질수록 기대수익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수익변동성이라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펀드 규모를 키워서 더 많은 프로젝트를 포함시키는 것이 해법이라면 대형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성공률이 가장 높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는 반대로, 2018년 대형 제약사가 전체 승인 신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에 불과했다.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상기 메가펀드의 기본 전제는 우수한 후보물질을 이미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으려면 와해성 혁신을 통한 신규성(퍼스트인클래스)이 핵심이다. 앤드류 로 교수팀에 따르면 미국에서 우수한 후보물질임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받지 못해 임상을 하지 못하고 있는 물질이 20년 치나 밀려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마다 신규로 창출되는 신약후보물질은 200개 정도밖에 안된다. 이 중 신규성을 갖는 물질은 10개 내외에 불과하다. 우리 바이오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정부가 신약개발에 투자한 3059억 원 중 36.8%가 인프라 조성에, 14%는 임상에 투자됐다. 후보물질도출·최적화와 타겟발굴·검증 단계에 대한 투자는 22.0%와 12.2%에 불과했다. 정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규성이 있는 기초연구를 지원해 우수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이를 기업의 파이프라인에 연결시켜 주는 데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우수한 기초연구 성과가 실제 환자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현재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중개연구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병원 임상의들을 초빙해 연구원 내 실험실에서 기초과학 연구자들과 함께 기전연구에서부터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이를 임상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임상단계에서 실패할 위험을 줄이는 것보다 기초연구와 중개연구 단계에서 적극 위험을 받아들여야 할 시점에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300억 달러의 초대형 펀드가 아니라 최첨단 기초연구 분야에서 실패위험을 무릅쓰고 산·학·연이 공동으로 혁신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중개연구를 이끌 3개의 장기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일 것이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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