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낯선 방문객들이 소제동 골목을 찾는다. 얼마 전 공중파 방송에서 소제동 사람들의 일상을 담아간 뒤로는 동네를 투어 하듯이 오는 방문객의 숫자는 더욱 늘었다. 무엇이 낯선 많은 이들을 이곳으로 오게 하는 걸까. 이 오랜 장소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얼까.

장소는 가치를 가진다. 이 도시가 대전으로 불린 것이 1905년 일제가 경부선을 부설해 `한밭`마을을 그 통과지점으로 삼았을 때부터라고 한다. 소제동은 그 이래로 대전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의 한 측면을 형성해왔던 곳이자 대전의 근대적 경관이 남아있는 장소로서 상징적 가치를 지녀왔다. 하지만 한편으론 오랫동안 개발이 유예되며 낙후된 원도심으로 여겨져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에서 비껴가 있던 곳이기도 했다.

지워지고 새로 쓰여지는 도시의 역사가 그렇듯 소제동 재개발 공사가 시행되어온 지난 수개월동안 소제동의 지도와 외양은 지워지고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오래된 집을 성형해 만든 핫한 카페들이 생겨날수록 동네에는 승용차들로 넘쳐나고 동네 구경꾼들은 늘어난다. 허물고, 부수고, 지우고 새로이 만들어지는 과정 안에 개발과 재생이 혼재되어있고 기대감과 안타까움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오랫동안 작가들의 창작공간이자 주민들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의 역할을 해왔던 소제창작촌에는 올 2019년에도 좋은 작가들이 많이 들어왔다. 소제창작촌은 100여 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소제동 철도관사 중 한 채를 작가들의 아틀리에로 활용하고 있기에 물리적인 여건의 여러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소제동이라는 장소는 작가들을 불러들인다. 도시가 지니고 있는 이러한 장소는 역사적, 문화적 속성과 더불어 그 장소에 살았던 개개인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쌓여 있다. 그렇기에 이곳은 작가들이 창작에 열정을 쏟을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도 소제동의 오랜 낡은 집을 재생하여 만든 전시장 `재생공간293`에서는 소제창작촌 2019년 입주 작가들의 전시 `유연한 균형`展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즐거운 문화적 장소이자 개발에 대한 여러 시선과 욕망이 혼재되어 있는 소제동의 현재를 관객들과 함께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다. 소제동의 예술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성희 소제창작촌 디렉터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