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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이야기] 최선의 화법은 진심이 우선

2019-09-05기사 편집 2019-09-05 08: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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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에는 꽤 선선해진 날씨에 갑천변을 여유롭게 거닐었다. 시원한 공기가 몸을 감싸자 감춰져 있던 가을 정취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을을 맞이하는 모습이 꽤 즐거워 보였다. 나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내디디고 있던 순간, 자전거를 타던 한 사람이 내 팔을 툭 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는 땅에 떨어져 화면이 깨졌고, 그와 동시에 내가 걷는 곳이 자전거용 길이었나 확인했다. 그리고 다짜고짜 다가와서 건네는 첫 말이 "죄송합니다. 핸드폰 보험은 가입돼 있으신가요?"란다. 사과를 받은 것인지, 보험 영업을 받은 건지 알 수가 없는 전개에 한동안 헛웃음만 짓고 있었다. 요즘 쓰고 있는 사과문에 관한 논문을 잠시 잊으려고 나온 것인데, 부단히 연구하라는 계시인 건지 참 별일을 다 겪었다.

사과 행위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관계 회복을 원만히 만들기 위한 의사소통의 한 종류이다. 그러나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사과문은 피해자를 크게 고려하지 않은 듯한 관습적인 사과로 그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최근 건강식품에서 발견된 곰팡이 때문에 위기 상황을 겪은 업체의 사과문은 사과의 대상을 깊게 고려하지 않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의 피해 상황에서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늦게나마 내놓은 성의 없는 사과문의 내용은 되려 원성을 사면서 수용되지 못하였다.

사실 사과 행위는 '체면'과 매우 관련이 깊다. 즉, 사과를 건네는 처지에서는 체면의 손해를 입지만 사과를 받는 처지에서는 체면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과하는 순간에도 체면을 잃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부분에서 적절히 타협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간혹 안 하니만 못한 사과가 나오는 것이다. 체면에 손상을 입어 좋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른 어떠한 의사소통보다 청자가 수용해야만 비로소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사과의 말이다. 그러므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당황했더라도 어떻게 진심을 전할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어야 한다. 그나저나 다가오는 명절에 찾아뵙지 못할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을 부모님께 어떻게 전할지 고민하는 밤을 보내야겠다.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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