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과정도 힘겹긴 마찬가지였다. 당시 기름유출사고로 충남과 전남·북 등 11개 시·군에서 12만 7500여 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중 8000여 건이 동일한 피해신고를 제기함으로써 중복 채권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사고 피해규모와 지역이 방대한 데다 지역·업종별 피해대책위원회가 곳곳에서 구성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이번 재판으로 대규모 해양오염사고와 관련한 법원의 재판 경험과 노하우가 축척된 점은 의미가 크다.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연안에서 발생한 기름유출사고는 역대 최악의 해양 오염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이 충돌해 1만 900t의 원유가 유출돼 서해바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재앙을 낳았다. 해산물을 채취해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진 아픔을 겪기도 했다. 기름 범벅이 된 바다를 되살리려고 전국에서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려들어 태안의 기적을 일으켰다.
이들 덕분에 예전의 깨끗한 바다를 되찾긴 했지만 기름이 완전히 없어지기까지는 2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고가 남긴 상처의 흔적은 아물어 가고 있지만 피해민에 대한 배·보상 후유증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피해를 입은 어장을 복원하고 잃었던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선 이 정도의 배상으론 만족스럽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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